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보고... "초동수사 부실이 죽음으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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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보고... "초동수사 부실이 죽음으로 내몰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1.06.02 1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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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중사, 성추행 사건 즉각 보고했으나 가해자와 분리는 2주 뒤에나 이뤄져
"죽고 싶다"고 문자 메시지 보냈으나 방치... 가해자 휴대폰 압수 등 초동수사 부실
이채익 "혼인신고 다음날 영상까지 남기며 극단적 선택한 건 부실수사 보여주는 것"
공군 "철저한 수사로 관련 의혹을 해소하고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한 조치 취할 것"
국회 국방위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왼쪽)은 2일 국회 집무실에서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준장, 오른쪽)으로부터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관련해 보고를 받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련자 엄중 문책을 촉구했다. (사진=이채익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국회 국방위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왼쪽)은 2일 국회 집무실에서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준장, 오른쪽)으로부터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관련해 보고를 받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관련자 엄중 문책을 촉구했다. (사진=이채익 의원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공군은 15비행단(성남) 정보통신대대 여군 A중사의 성추행·사망 사건에 대해 2일 국회에 보고했다.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 관련해 보고하고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향후 철저한 수사로 관련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법과 규정에 따라 가해자(B중사)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 법무실장은 유가족(A중사의 부모, 배우자)의 요구사항을 적극 검토하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공군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피해자 A중사(서산에 있는 20비행단 소속), 가해자 B중사(20비행단), C상사, C상사의 지인(민간인), D하사(운전) 등 5명은 서산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이들은 귀갓길에 모두 D하사의 자동차(싼타페)에 올라탔고 C상사와 C상사의 지인이 먼저 내렸다.

이후 뒷자리에 있었던 가해자 B중사가 피해자 A중사의 허벅지와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만지고 피해자 손을 자신의 성기에 비비며 입술에 키스하는 등 강제추행을 했다. 

이에 A중사는 참지 못해 B중사를 뿌리치고 차량에서 내려 저녁 식사를 함께했던 C상사에게 즉시 전화를 걸어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군은 A중사가 다음날인 3월 3일 오전에 C상사에게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공군 군사경찰 조사 결과 A중사는 사건 다음날인 3월 3일 오전 C상사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C상사는 곧바로 E준위(레이더반장)에게 보고했다는 것.

E준위는 A중사의 피해 사실을 곧바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그날 A중사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해당 사건을 무마하려 시도했다고 한다.

사건이 무마되지 않을 것 같자 E준위는 그제서야 3월 3일 밤 9시50분께 F대대장에게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전화로 보고했다.

E준위로부터 전화로 보고를 받은 F대대장은 3월 3일 밤 10시30분께 군사경찰 대대장에게 전화로 A중사 성추행 사건을 신고했다.

결혼을 앞두고 강제 성추행으로 충격이 컸던 피해자 A중사는 곧바로 청원휴가(3.4~5.2)를 냈고 해당 사건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공군 군사경찰은 3월 5일 청원휴가 중인 피해자 조사를 했다. 이때 20비행단 성고충 전문상담관이 동석했고 이후 22차례 상담이 이뤄졌다고 공군은 전했다. 

A중사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B중사의 강제추행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자 A중사와 가해자 B중사의 분리 조치는 사건 발생 2주일이 지난 3월 17일(가해자 조사)에야 이뤄졌다. 가해자 B중사를 5비행단(김해)으로 파견 이동하는 형식으로 분리한 것.

이채익 의원은 "공군은 최소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한 3월 5일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2주일 동안이나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가해자 등으로부터 2차 가해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B중사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A중사의 허벅지를 만지며 입맞춤을 한 것"은 기억하지만 나머지 피해자 주장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사건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D하사 또한 뒷자리에서 강제 성추행이 벌어진 사실을 몰랐다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이 사건의 은폐·축소에 조직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 당국이 피해자 A씨의 정서적 불안정 상황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군은 피해자 A중사에게 20비행단(서산) 전문상담관으로부터 22회의 상담을 통해 정서적 불안을 해소하는 등의 조취를 취했다고 했는데 A중사는 상담을 받던 중(4월 15일) 상담관에게 "자살하고 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해자 A중사는 서산시 성폭력상담소에서 4월 19~30일 2주 간 6회 상담 및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A중사는 사건 직후에 이뤄진 청원휴가(3.4~5.2)가 끝나자 5월 3일 부대에 복귀했으나 2주 간 자가격리를 취했다.

군은 피해자 A중사의 요청에 따라 5월 18일 A중사를 20비행단(서산)에서 15비행단(성남)으로 전속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5월 21일 밤 9시 30분께 A중사는 남편(김00 중사)이 있는 20비행단(서산) 영내 관사 방문 문고리에 허리띠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은 남편과 혼인 신고를 한 바로 다음날이다. A중사는 영상을 남겨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증언했다. 

남편인 김 중사는 5월 21일 야간 근무였고 근무를 마치고 22일 아침 8시께 퇴근해 자신의 관사에서 아내의 죽음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공군은 전했다.

가해자 B중사에 대한 핸드폰 압수수색 등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군경찰의 부실수사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사건 초기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2차 가해를 방지하고 A중사의 극단적인 선택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채익 의원은 "가해자 B중사의 증거인멸 시도 등이 일어날 수 있음에도 군사경찰은 가해자 B중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및 휴대폰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군 수사당국은 A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열흘 뒤 이뤄진 5월 31일 20비행단 군검찰의 가해자 조사 때 비로소 B중사로부터 휴대폰을 임의 제출받았다.

이 의원은 "동료에게 성추행 당한 여성 부사관이 혼인신고 다음날 영상까지 남기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군 수사가 얼마나 부실하고 은폐적으로 이뤄지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초동수사가 부실했으며 분리조치 등 피해자 보호프로그램이 전혀 작동되지 않아 앞날이 창창한 젊은 부사관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직적 회유·은폐 시도 등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분리조치 등 피해자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데 대한 책임자 엄중문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은 철저한 수사로 관련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히고고 법과 규정에 따른 엄중한 조치를 약속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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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비 2021-06-03 13:16:28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네.
모두 한통속들이니 저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