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간부, 음주운전 사망 사고 관련 "과거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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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간부, 음주운전 사망 사고 관련 "과거는 과거"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3.1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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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불찰로 인한 잘못된 과거는 과거고, 의료법이나 의사면허 취소에 대한 제 입장은 전혀 별개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4일 오전 경찰에 출석하며 한 말이다. 8년 전 음주 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한 해명이다. 과거 주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의사면허 박탈 기준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음주 사고가 과거에 묻고 끝날 문제인가", "철밥통 같은 의사 면허가 범죄자를 되레 보호하고 있다"는 등 의사 면허 박탈 기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현장을 이탈한 의사에 대해 '면허 정지' 카드를 꺼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자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의료법 개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면허가 취소된다. 그전까지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을 받았을 때'만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그럼에도 의사들 사이에선 여전히 의사 면허는 박탈하기 어렵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7~2023년)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23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의사의 0.2% 수준이다.

설령 면허가 취소돼도 형기 만료 후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에서 40시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심사를 거쳐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다. 재교부 횟수는 무제한이다. 이처럼 높은 면허 박탈 기준은 정부의 명령이 의사들에게 작동하지 않는 주요 배경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형사 기소를 면제하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환자들은 의료사고 처벌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접근해 환자 권리를 후퇴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금고 이상 중형을 선고받고도 의사면허가 유지되던 특혜를 바로잡은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특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모든 직역이 특례법을 주장해 국가 형벌권이 와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의사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원칙 대응을 경고했지만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의사 커뮤니티에선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차피 면허는 구제될 것"이라거나 "다시 따면 그만"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의사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된 사례가 없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 시 집단폐업·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2006년 면허가 취소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3년 후 의사 면허를 재취득했다. 2020년 전공의 80%가 집단휴진에 돌입했을 때도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이유로 전공의 10여명을 형사고발 했지만 결국 고발을 취하했다.

조진석 변호사는 "의사 한두 명도 아니고 '1만명'에 대해서 정부가 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모두 다 할 경우 의료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법적인 처분까지 가는 건 위험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소수 주동자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수위별로 처벌이 다양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호균 변호사는 "피해 환자 발생 정도, 의료체계 붕괴 정도, 집단사직 주도 여부 또는 국민 여론 등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위반 시 금고 이상 처벌을 받을 것인지, 벌금형 정도에 그칠 것인지 차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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