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서 대통령 사죄·검찰수사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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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서 대통령 사죄·검찰수사 요구 봇물
  • 주영은 기자·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1.0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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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태 수습안 놓고 격론...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놔야 당도 살고 대통령도 산다"
그러면 안종범 수석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일까 하고 보니 대통령 이야기가 나왔다. 대통령은 왜 그랬는가 하고 보니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최순실이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중앙 주영은 기자·김주미 기자] 당내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사퇴를 거부했다.

많은 의원들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을 언급하며 민심 이반의 심각
성을 경고했지만 이 대표는 '순장조'가 되겠다며 버텼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 간 연석회의가 열렸다.

현 게이트 정국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이정현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는 고성이 오가는 등 격론이 진행됐다.

국정 진공상태에 이르고 있는 이번 사태의 수습 방만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와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들은 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먼저 박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사죄와 검찰 수사에 응할 것를 요구했다. 그리고 당 지도부로서 구심력을 잃은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당원의 선출권을 무시하고 묵살할 권한은 당헌당규에도 나와 있지 않다"며 현재의 위기를 수습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사퇴 요구에 맞섰다.

"800억원이 며칠 만에 모였다. 그런데 미르재단과 K스포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최순실이었다. 이 돈을 어떻게 최순실이 모았을까 해서 보니 이승철이 나왔다. 그러면 이승철이 무엇 때문에 이랬을까 하고 보니 안종범 수석이 나왔다.

그러면 안종범 수석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일까 하고 보니 대통령 이야기가 나왔다. 대통령은 왜 그랬는가 하고 보니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최순실이 있다는 것이다."

김재경 중진의원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민 여론이 어떤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 김재경 새누리당 중진의원(오른쪽)은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민 여론이 어떤지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한 뒤 대통령의 당적 정리와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김 의원은 "이제 우리가 대통령의 직위를 유지해주고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려면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면서 "그 첫 번째가 진실규명"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진실규명 과정에서 대통령이 한 발짝 더 진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속이 좀 풀린다는 것이다. "나를 조사해라"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나도 조사를 받겠다"는 대통령의 당당한 입장 표명 내지 선언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당적 문제와 지도부 퇴진을 거론했다. 야당과 거국중립내각 문제를 협상하려면 두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경 의원은 "여야 합의로 내각 구성을 논의해야 하는데 현 지도부가 야당과 그 협상에 나선다면 과연 얼마만큼 진정성이 전달될 것인가.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우리 당에 '너희 해체해라. 해체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그 정도에 걸맞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신을 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당에 일대 변혁의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재철 중진의원도 대통령이 위기 수습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리고 당 지도부 사퇴를 압박했다.

심 의원은 "현재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철저히 붕괴됐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한민국호가 침몰위기에 놓여있다. 이 위기 수습의 물꼬를 대통령이 터줘야 한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진솔한 사과와 함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 의원은 이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지난 국정감사에서 미르와 K스포츠에 대해 진상규명을 새누리당이 앞서서 막았던 것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당원과 국민 앞에 사태 수습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목소리도 터졌다.

정우택 중진의원은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에 대해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모셨고 여러 가지 지금의 사태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도부 사퇴는 이뤄져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약 이정현 대표가 못 나가겠다고 버티면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콩가루 집안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지도부 사퇴를 압박했다.

다만 지도부가 등 떠밀려서 나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으니 이정현 대표가 언제까지 당을 수습하고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했다.

홍문종 중진의원도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밝혀 달라"며 정우택 의원의 로드맵 요구에 공감했다.

또 이군현 중진의원도 지도부가 어떤 전략을 갖고 위기를 수습할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동조했다.

정병국 중진의원 역시 대통령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죄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이 난국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사태를 규명하는데 특검을 통해서 모든 규명이 된다고 한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국중립내각은 그런 다음 여야 합의로 구성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오른쪽)은 2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진정한 대국민 사죄와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 데일리중앙

유승민 중진의원도 대통령의 진정한 대국민 사죄와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께서 10월 25일 사과를 했는데 그 이후에 국민들 분노와 실망이 훨씬 더 커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특검이든 검찰이든 모든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자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간이 너무 늦기 전에 대통령께서 해주시고 대통령이 어떻게 되느냐는 국민들께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중진회의의 이름으로 당대표께서 대통령께 건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상진 중진의원은 '절체절명'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대통령도 살고 당도 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빨리 대통령께 모든 걸 내려놔야 대통령도 살고 당도 산다. 대통령께서 더 이상 여태까지 국정 운영을 했던 그런 방식 말고 모든 걸 내려놓고 본인도 조사 다 받겠다, 투명하게 다 하겠다, 나를 특검에 세워라, 내가 하겠다, 국민들께 파격적으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중진의원은 '워트게이트' 사건을 거론하며 사태 수습의 유일한 해법은 민심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주 의원은 "민심은 지금 대구 경북 같은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8.8%인데 있을 수 없는 수치다. 민심을 따라가지 않는 수습이라든지 혹은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 꼼수라든지 이런 것들이 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경원 중진의원도 이날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각 발표를 거론하며 "이번 개각이 국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쉽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이어 "당의 리더십 회복, 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된다"며 이정현 지도부의 해체를 주장했다.

비대위 구성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훈 중진의원은 "지금 나라와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다. 이러면 다 죽는다. 어떤 세력이 다른 세력을 몰아내려고 하면 누가 나가겠는가. 협의체를 구성하라. 당 대표, 원내대표, 서청원, 김무성 전 대표 그리고 추가로 두세 분 더 해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당장 제가 거론한 분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협의를 해달라. 비대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협의를 거쳐야 국민들에게 그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며 김무성 전 대표가 대책위 구성에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현 시국 수습책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왼쪽)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고 회의 내내 침묵을 지켰다.
ⓒ 데일리중앙

그러나 김무성 전 대표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고 공개 발언도 하지 않았다.

봇물터지듯 나온 당내 여론을 들은 이정현 대표는 오늘 나온 얘기를 대통령께 건의해달라는 유승민 의원의 제안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오늘 주신 건의는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은 전달하고 실천할 것은 실천해서 중진의원들의 지혜가 발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이 대표는 "배가 출항할 때 당원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선장으로서 권한을 위임받았다. 위임을 받아 가다가 어려움이 생겨서 선장으로서 당황스럽다. 저 부족한 거 인정한다. 지혜를 나눠주시고 능력도 함께 보태달라. 그렇게 해서 우선은 위기를 수습하자. 위기를 수습하고 우리의 공동체가 어느 정도 다시 자리를 잡았을 때 그때 이런 주문들을 한 번 더 해 달라. 그때 가서 당원과 국민의 뜻을 듣겠다"고 밝혔다.

▲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현 시국 수습책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왼쪽)은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선 수습' 명분을 내세우며 거부했다. 다만 이날 제시된 의원들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 데일리중앙

이정현 대표는 "우리가 당원들을 무시하고 당원의 선출권을 무시하고 묵살할 권한은 당헌당규에도 나와 있지 않다. 저는 선출된 당 대표로서 여러분의 지혜를 구해 위기를 수습한 후 다시 이런 주문과 요청이 있다면 그때 가서 제가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선 수습' 명분으로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번주 안에 의원총회를 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과 관련해 다시 한번 당내 여론을 모을 방침이다.

주영은 기자·김주미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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