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늘 오지 않는 봄을 기다렸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땐 늘 해가지고 있었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밀이며 보리 사이, 딸기며 가시나무 사이, 나무숲이며 풀 덩굴 사이, 그리고 달콤한 아카시아며 밤나무 사이... 그런 것들이 미치도록 보고 싶다.
1970년대 밀양. 그때 우리 6남매는 초가지붕 아래 울퉁불퉁 아이를 밴 흙벽에 신문지를 더덕더덕 붙인 토담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그 간난의 세월을 견디면서 우리 가족은 늘 오지 않는 봄을 기다렸고 봄을 향해 문지방을 서성거리곤 했다.
그랬던 세월은 가고 어느덧 40년이 흘렀다.
그리움.
금주야! 이렇게 정답게 한번 불러보고 싶다.
열다섯 살이던 그때 우리는 하얀 아카시아꽃이 눈부시게 흩날리는 동네 뒷산을 자주 오르곤 했다.
내가 짖궂게 놀려대면 그는 토라지기도 했지만 금방 풀어졌다. 조잘대는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늘 해가 지고 있었고 땅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임지훈이 부르는 '누나야'를 듣고 있다.
순수했지만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80년대 우리네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줬던 감미로운 80년대 포크송이다.
윤기 없는 무뚝뚝하고 탁한 음색이 오히려 눈에 밟힐 듯 서정적인 가사와 섞이면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절정으로 갈수록 서글픈 호소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음악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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