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격동시킨 그녀...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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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격동시킨 그녀... 그리고 그리움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5.06.17 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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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고이 빚어
시를 만들고
시의 길 위에서
신을 만나고
반짝이는 그 순간
죽음도 만나

먼 길 가면서
사랑도
메마른 가슴 촉촉히 적시는
그리움같은 사랑도 만나
……………………………

시대를 아파하는 푸른 하늘아
산 넘고 물 건너 굽이치는 사랑아
내가 간다 이 길
빛나는 설움의 길을"

     - 최종진 '먼 길 가면서' 중에서

▲ ⓒ 데일리중앙
이따금씩 싱그러운 강바람이 뺨을 때린다. 이렇게 소중히 걸어가고 있는 내 마음속에 사라지지 못할 애달픔과 고독이 몸부림쳐 젖어 있음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외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자 바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불과 몇 시간 전 일인데 어제 그를 만났던 기억이 아득한 꿈만 같다.

불가에선 사람이 서로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 한다. 과연 인간은 인연이 닿아서 서로 만나지는 것일까.

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생존이란 사람을 만나는 일로 일관된다. 행복도 불행도 고통도 슬픔도….

우리가 느끼는 희 로 애 락은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숱한 얼굴들-.

어떤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고, 또 어떤 사람은 나에게 고통을 줬다.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줄 수 있겠지-. 또 나를 행복하게 해줬던 사람도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 안될 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고통을 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서로 행복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은 좋은 인연이고, 서로 고통스런 마음을 나눠야 하는 만남은 악연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좋은 사람만 만나면서 살고 싶지만 살다보면 꼭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니니 딱하다.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도 많고 내 자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사람이 돼야 할 때도 많았다.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저녁 끼니도 그른 채 잠든 나를 누군가 깨웠다.

어제 그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외롭고 쓸쓸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고독은 욕되지 않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되뇌고 되뇌도 부족한 심사. 타는 그리움으로 목이 멘다.

그립고 애터지게 보고 싶었지만 끝내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의 형벌이 부끄러운 흉터처럼 내게 그대로 남아 있다. 일상의 기억에서 단 한번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것은 늘 천형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가혹하게 짓눌렀다.

문득문득 나의 일상을 외로운 심연으로 송두리째 몰아넣으며 때로는 몸서리치게 하는 그것은 나의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애달픈 내청춘의 멍에였다.

난 늘 그것에 포위된 채 살아가겠지-.

▲ ⓒ 데일리중앙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 무렵이었다. 그녀는 늘 온화하고 다정다감했다. 말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내게 친절했다. 그런 그녀의 존재는 날 격동시켰다.

그 뒤로 난 이 만남 하나만을 축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에 황홀해 한다"고 누군가 했던 말처럼. 그녀가 내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 신기했고 난 그것을 언제나 기꺼워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레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 며칠 나는 술을 먹고 토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덩달이 몸이 축나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씻기 위해 샤워장에 섰다. 거울 속에서 나는 웃고 있었지만 고통스러워 보였고,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지만 속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머지않아 그녀가 내 곁을 떠나겠다고 선언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렇게 되면 나는 상실의 아픔에 몸져누울 것이다. 한여름 열병과 함께 심하게 몸살을 앓기도 하겠지.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 오늘을 추억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만큼 그리워진다고 했다. 문고리를 찾을 수 있어 그 앞에서 울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고도 했다.

하늘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높고 푸르듯이 6월의 싱그러움을 나도 더할 나위 없이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허전하고 허허로운 시간이 깔축없이 흘러가고 있다.

데일리중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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