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뭘 숨기나... 자유한국당에 안경환 판결문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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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뭘 숨기나... 자유한국당에 안경환 판결문 넘겨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6.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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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여성 실명·주소 등 개인정보 그대로 노출... 노회찬, '8분 위법 제출' 진상규명 촉구
▲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혼인무효소송 상대방 여성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제출'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법원행정처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실명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안 전 후보자와 혼인무효소송 상대방 여성의 실명, 주소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야당 의원들에게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제공해 위법 논란까지 일고 있다.

안경환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17일 끝내 후보직을 사퇴했다.

<데일리중앙>은 법원행정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취재을 요청했으나 법원행정처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혼인무효소송 상대방 여성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제출'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 의원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A의원과 B의원은 각각 6월 15일 오후 5시 33분, 5시 35분에 국
회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최초 요청 시각인 오후 5시 33분으로부터 단 8분이 지난 오후 5시 41분 B의원에게 판결문을 제출했다. 이 판결문은 안경환 전 후보자와 상대방 여성의 실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은 사본이었다.

이 판결문 제출은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의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한다.

노 의원은 "A의원실이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하고 국회 담당 실무관이 이를 기획2심의관에게 전달하고 기획제2심의관이 기획조정실장과 판결문 제출 여부를 상의한 뒤 그 결과를 다시 국회 담당 실무관에게 전달해 실무관이 국회 보좌관에게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송부하기까지 단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데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가 위법 소지에 대해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거나 자유한국당 의원과 사전 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법원행정처는 취재를 위해 답변을 요청해도 절차를 거친다며 몇 시간씩, 길게는 하루씩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런 법원행정처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무슨 일인지 10분도 걸리지 않아 원하는 자료를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이 제출한 것이다.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노 의원은 이러한 '8분 제출'의 위법성에 대해 "안경환 전 후보자는 당시 인사청문회의 대상인 공인이었지만 상대방 여성은 국회에 개인정보가 공개될 이유가 전혀 없는 일반인"이라며 "일반인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송부할 경우 담당 법원 공무원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에 따라 가사소송 판결문도 열람 및 복사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보호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한다. 비실명 처리를 하지 않을 경
우 법원 공무원 등은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면책받지 못하게 돼 있는 것이다.

노 의원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므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할지라도 '비실명 판결
문' 제출은 당사자로부터의 민사·손해배상 소송 가능성 등 법적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인데도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과연 국민이 이러한 과정을 알고서도 판결문 공개 과정이 합리적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8분 제출'에 뒤따른 법원행정처 스스로의 행동도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A의원과 B의원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된 판결문을 제출한 지 20여 분 만에 비실명화가 된 판결문을 재차 업무 메일을 통해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인의 개인정보 노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후속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아울러 언론 매체에 판결문이 흘러 들어간 경위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법원행정처를 압박했다.

사실 법원행정처가 A,B의원에게 판결문을 제공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은 6월 15일 오후 8시 50분께 한 매체는 안 전 후보자의 인적사항과 상대방 여성의 주소가 공개된 판결문을 보도했다.

이는 법원행정처가 자료를 제공했거나 자유한국당 A,B의원 가운데 누군가가 입맛에 맞는 언론에 판결문 사본을 넘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회찬 의원은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탈법 제출'되는 것을 넘어 언론에 제공되기까지 했다면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끝으로 "법원행정처의 '8분 제출' 뿐 아니라 언론 매체 보도 경위까지 판결문 공개 뒤에 숨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공보실 담당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궁금한 사항을 문서로 보내주면 답변을 하겠다고 했지만 2시간 넘게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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