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김용숙 기자] 4월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문제는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여야의 대치가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야는 9일 아침 조찬회동부터 국회의장 주재 4당 원내대표 회동, 오찬회동까지 3차례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4월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잇따른 회동에서 4월 국회 일정과 방송법 개정안과 개헌안 처리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예정됐던 본회의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도 무산됐다. 지난 2일 4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무산된 뒤 일주일째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0일부터 사흘 간 예정된 대정부 질문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 협상의 최대 쟁점은 역시 방송법 개정안(방송장악금지법)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2016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대표발의 박홍근 의원)한 방송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정권의 언론장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6년 7월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당시 야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62명이 참여해 국회에 제출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 116명이 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으로 구성하되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하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여야의 합의 없이는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 임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민주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입장도 바뀌었다. 자유한국당 역시 여당일 때는 반대했지만 야당인 지금은 이 법안의 국회 처리에 적극적이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의 공수가 바뀐 모양새다.
민주당은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그리고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배구조를 완전히 개선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방송국 이사 구성에 정당이 손대지말고 국민추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공영방송을 완전히 국민과 시민의 품으로 돌려 주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4당 원내수석과 과방위 간사들로 구성된 '8인 회의'를 제안했지만 야당이 거부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2016년 당시 민주당이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대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결렬 후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협상이 잘 되지 않자 답답함을 털어놨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 4월 정기국회는 그동안 관례대로 수석부대표들이 일정을 합의해서 발표까지 하고 그리고 본회의에서 그것을 의결하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방송법을 들고 나와 '방송법을 이번 4월에 개정하지 않으면 국회를 못하겠다' 이렇게 하면서 지난 2일 본회의가 무산이 된 것"이라고 국회 파행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이에 야당은 국회 파행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있다고 맞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안하무인격으로 국회와 국민을 일방통행 식으로 무시하면서 지금 국정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실태는 정말 국민을 우습게 봐도 이만저만 우습게 보는 게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장사쇼와 방송법에 이어 심지어 김기식에 가로막힌 이 4월 임시국회는 앞으로 민주당의 또 문재인 정권의 전향적인 입장이 없다면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방송장악금지법은 민주당이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에 치를 떨면서 이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방송의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만든 법안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이 법을 통과시켜야 될 것 아니냐"고 민주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그런데 민주당이 오히려 이 법안 처리를 막고 있으니 이런 민주당의 이중성, 내로남불, 국민 여러분과 함께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법의 경우 4월 20일까지 국회에서 통과돼야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는 데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은 국민투표법 처리에 소극적이다.
이처럼 여야의 대치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4월 임시국회 공전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석희열 기자·김용숙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