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단체 "동물은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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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단체 "동물은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02.25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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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정책방향 세미나 열려... 인간과 동물 공존 '동물복지사회' 지향해야
▲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과 지구와 사람, 사단법인 선은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동물관련 법과 제도의 점검 및 동물복지 정책 방향 모색' 세미나를 열어 동물복지 관련 정책 제언을 쏟아냈다. 동물보호 관련 단체 회원 등이 대거 참석해 세미나장이 꽉 들어찼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동물은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민법 제98조제2항에는 동물을 권리의 객체인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동물을 존중하고 또 다른 생명으로 대하기보다는 물건처럼 쓰다 버리거나 학대하는 일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형법상 동물은 재물에 해당돼 다른 사람 소유의 동물을 학대한 경우에는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자기 소유의 동물을 학대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재물손괴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에서도 동물은 동물답게 존재하지 못 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자원이고 재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전통 법학 내에서 동물법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동물관련 법과 제도의 점검 및 동물복지 정책 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동물복지사회'를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과 지구와 사람, 사단법인 선이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반려동물 △축산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등 5개 분야에 19명의 전문가가 나와 분야별 정책현황 및 개선방안 그리고 토론이 이뤄졌다.

이정미 의원은 미리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현재 동물보호를 위해 법을 강화하고 학대를 금지하며 적극적으로 보호해 줄 의무 를 부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동물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과 본 의원이 발의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2017.3.21)의 통과 등 제도적인 개선과 동시에 국민이 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동물법의 현황 및 진단,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기조강연을 한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물법은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기초 이념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태어나고 숨 쉬고 활동하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인 만큼 생명은 동물에게도 훼손돼서는 안 될 본래적 가치라는 것이다.

함 교수는 동물법의 기본 원칙으로 △ 이익의 동등한 고려의 원칙 △정당한 형량(Just Balancing)의 원칙 △불필요한 고통 금지의 원칙 △협력의 원칙을 강조했다.

아울러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동물정책의 조정·통합 기능 강화와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가구 가운데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개(507만 마리)와 고양이(128만 마리)다.

핵가족화, 독신 가구 증가, 고령화 등 현대 사회구조 변화로 인한 반려동물 수요 증가와 이를 떠받치는 동시에 부추기는 반려동물 생산, 판매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토론을 통해 반려동물 번식, 판매, 도살의 '구조화'된 학대부터 멈춰야 한다고 정책 제언했다.

이 대표는 "구조화된 학대 시스템, 반려동물을 착취하는 산업과 제도를 뿌리뽑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한국 반려동물 정책에서 가장 미진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람으로 치면 놀이, 보육, 교육 시설을 확충하기 전에 인신 매매부터 금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

구조화된 반려동물 학대 시스템은 개 식용 업계와 반려 목적 강아지, 고양이 번식 장, 펫샵을 말한다.

이정미 의원실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추정치에 따르면 식용 개 농장에서 100만 마리의 개,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46만 마리의 개, 23만 마리의 고양이가 해마다 태어난다.

이지연 대표는 "개를 식용한 경험은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오로지 '먹기 위해' 개를 대규모로 번식, 사육, 도살하는 농장이 있기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이게 '개고기' 하면 '한국'이라는 국제적 오명을 뒤집어쓴 이유"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는 동물학대와 유기·유실 방지, 동물보호소 시설·운영개선, 동물등록제 활성화, 반려동물 관련 영업 강화, 반려견 안전사고 예방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연내 마련하겠다 발표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반려동물의 대량 번식, 사육, 판매, 도살, 식용 철폐 없이 반려동물 복지 개선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구조화'된 학대 시스템, 이것부터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신고와 처벌 과정을 간소화하고 실질적인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문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와 관련해서 신고에서 처벌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허술하다"며 동물학대에 대한 신고와 처벌 과정의 간소화를 주장했다.

외국(미국, 영국, 호주,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홍콩 등)의 경우 수사, 압수, 벌금 부과, 체포 및 기소 등의 권한을 가진 동물보호경찰(animal control officer) 제도를 통해 동물학대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쉽게 사고, 쉽게 키우고, 쉽게 버리고, 쉽게 안락사시키면 동물학대가 발생하는 악의 순환은 절대 멈출 수 없다는 게 동물복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독일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반려동물 번식과 영업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가 시행되지 못한다면 동물 판매(분양)가 이뤄지는 시점부터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수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반려동물 등록제는 반려동물 관리와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자 가장 필수적인 사항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이사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및 대량 살처분 악순환과 정부 축산정책 프레임의 대변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0년 11월 28일부터 2011년 4월 21일까지 145일 간 소, 돼지,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포유류들이 350만 마리나 살처분 매몰됐다. 안동발 구제역이었다. 살처분은 전염병이 더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331만8298마리의 돼지들을 구덩이에 몰아넣은 뒤 산 채 흙을 덮었다. 15만864마리의 소들은 마취도 없이 근육마비제가 주사돼 의식이 또렷한 채 호흡 곤란으로 죽어갔다.

6년이 지난 2016년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발병했다. 이번 조류독감은 엉터리 방역으로 어느 때보다도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방역을 위해서'라며 동물들을 계속 죽였지만 전염병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70만 마리, 심지어 90만 마리까지 대도시 인구수보다 더 많은 닭을 키우는 '산란계 공장'에서도 살처분이 이뤄졌다. 이듬해 4월 4일까지 140일 간 이어진 살처분으로 닭과 오리가 모두 3787만 마리 살처분됐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처분된 동물들의 총수는 9267만 마리,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2배에 이른다. 그리고 2019년 1월 또다시 발생한 구제역으로 2월 17일 현재 방역에 2만5160명이 동원됐으며 29개 농가에서 2040마리의 소와 232마리의 염소가 또다시 살처분됐다.

이처럼 9000만 마리가 넘은 동물들을 죽이고 또 죽였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살처분은 말 그대로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살처분은 대량으로 이뤄진다.

전진경 이사는 "죽이고 또 죽이면 문제가 해결되냐"며 정부 정책의 전면수정을 촉구했다.

이어 "맹목적 생산성 추구로 동물에게 강요된 참혹한 고통은 결국 인간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며 "공장식 축산의 폐기와 동물복지 축산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요구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동물복지 농장을 넘어 더 진전된 방사농장이나 유기농까지 진전되려면 우선 배터리 케이지와 돼지 스톨부터 폐기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밖에 야생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에 대한 발제와 토론도 이어졌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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