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는 없어도 유훈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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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는 없어도 유훈은 살아 있다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09.08.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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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정답은 "민주주의"였다.

고인의 목소리를 소재 삼아 진행했던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의 일이지만 고인이 일궈왔던 민주주의를 잘 지켜나가겠다는 의미가 국민들에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하다.

그러나 고인과 국민들의 마음같이 국장이 과연 국장답게 치러지고 있는지는 잘 살펴봐야 한다.

어제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분향소의 지붕이 기울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돼 분향소를 찾던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당의 빈소와 분향소 설치 시간이 지체되어 차질을 빚었는가 하면, 노제 진행여부도 유족과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가 한발 앞서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석연치 않다. 국장을 6일 간 치루는 것에 대해서도 이미 불만이 많다.

또, 고인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내용을 담은 마지막 연설 동영상의 분향소 주변 상영을 행정안전부에서 문제삼기도 했다.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게 국장이냐'는 시민들의 울분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그리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의 3대 위기로 고인이 큰 충격과 상처를 입어 건강이 악화된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고 김 전 대통령이 이뤄온 업적을 훼손한데 대해 이명박 정부가 살아생전 직접적인 사과는 드리지 못했더라도, 사후에 고인의 뜻을 기리는데 최선을 다하지는 못할망정 국장을 둘러싼 논란들은 적어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지금 형식적으로 '국장'을 대하고, '화해통합'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그 속내가 궁금할 뿐이다. 국민 화해 통합은 커녕 앙금만이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유서는 없어도 유훈은 살아 있다.

오늘 공개된 일기에 담긴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이명박 대통령이 가슴에 새기고, 국장이 국장답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길 희망한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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