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당신의 눈물 잊지 않을 것"... DJ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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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당신의 눈물 잊지 않을 것"... DJ 추도사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8.22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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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대표(오른쪽)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광장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김 전 대통령 영전에 헌화 분향한 뒤 조문 방명록에 "평화·민주주의·인권의 아버지, 세계적인 영웅인 당신의 유지를 영원히 받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사진=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난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에 대해 "당신은 독재와 불의 앞에서는 무쇠 같은 분이셨지만, 국민과 역사 앞에서는 한 없이 여리고 따뜻했던 분이셨다"고 추억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정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민추모문화제' 추도사를 통해 이 같이 말하고 "우리는 당신이 흘린 눈물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추모하겠다.

또 "당신의 정신과 가치이고, 당신의 한 평생인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대통령님의 뜻이 온전히 지켜지는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 당신의 길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 모두와 많은 세계인은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했다.

다음은 정세균 대표의 김대중 전 대통령 시민추모문화제 추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사랑하는 대통령님!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는 당신을 보내야 합니다.
대통령님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합니다.

당신이 목숨과 바꾸며 지켜온 민주주의가 찬란히 꽃 피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평화와 번영의 새 날을 다시 열어 가는 날,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승에서는 이루지 못할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당신은 독재와 불의 앞에서는 무쇠 같은 분이셨지만,
국민과 역사 앞에서는 한 없이 여리고 따뜻했던 분이셨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흘린 눈물을 기억합니다.

1987년 5.18 광주영령들을 찾은 자리에서 당신은 통곡했습니다.
'나는 살아있는데 당신들은 차가운 땅속에 묻혀있구나'라며 목 놓아 우셨습니다.

1994년 문익환 목사님의 장례식날 당신은 통곡했습니다.
'죽도록 고생을 같이 하고, 고마움은 하나도 갚지 못했는데 왜 벌써 가시느냐'며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1998년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당신은 목메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잘못은 지도층이 저질러 놓고 고통은 죄 없는 국민이 당해야 하는 현실에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날 당신은 통곡했습니다.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다'며 오열했습니다.

용산 참사가 있던 날,
당신은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일기장에 적으셨지요.
서민들의 고통에 가슴으로 눈물 흘리던 당신의 빈자리가 어떻게 채워질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민주주의와 조국의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은 민주주의고, 평화고, 인권이셨습니다.
당신이 감내했던 고난과 고통은 한겨울 삭풍처럼 혹독했지만,
당신이 국민과 이룬 성취는 가을 들판처럼 풍성했습니다.

군사정권의 고문과 투옥, 사형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성취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으셨습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향한 불굴의 의지는 세계인의 칭송을 받았고,
국가적 영예인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신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대통령이고, 세계사에 우뚝 선 평화의 영웅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의 영전에서 수 십 년 갈등과 상처, 아픔들이 치유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 동과 서로 갈라져 분열되고 갈등을 빚었던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해와 통합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당신께 사형을 선고했던 이가 당신 영전에 꽃을 올리고,
당신을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던 이들이 화해의 송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가슴 한구석이 저려 옵니다.
당신은 모두를 용서하고 떠나셨지만,
당신이 떠난 자리에 남는 화해가 어떤 의미가 될 지 두렵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고,
당신의 마지막 길을 영화롭게 치장하는 것만으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끝까지 건강을 유지하여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시겠다던 당신입니다.
암담한 현실에 절망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시면서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힘닿는 데까지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던 당신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실천을 당부하던 당신입니다.

통합은 잘못된 현실을 용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해가 불의와의 타협이라면 그 또한 당신의 뜻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마지막 말씀에서 우리의 길을 찾습니다.
당신의 정신과 가치이고, 당신의 한 평생인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대통령님의 뜻이 온전히 지켜지는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
당신의 길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대통령님! 보이십니까?

당신과의 이별을 애통해 하는 국화꽃 행렬을 보고 계십니까?
당신을 추모하며, 당신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촛불의 물결을 보고 계십니까?
대통령님! 당신은 참 행복한 분입니다.
대통령님, 당신과 함께 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올 봄, 일기장에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쓰셨지요!
마당에 핀 영산홍과 철쭉꽃을 보며 환하게 웃으시던 당신을 떠올립니다.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국화꽃 한송이지만,
국민의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모아진 꽃무덤 속에서 영면하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와 많은 세계인은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2009년 8월 22일
민주당 대표 정세균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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