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친박, 세종시 의원총회서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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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이-친박, 세종시 의원총회서 정면 충돌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10.02.2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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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 수정해야" - "수정안 국회서 부결시킬 것"... 26일까지 날마다 '끝장토론'

친이-친박 집단 충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세력이 22일 세종시 의총에서 정면 충돌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1라운드에 이어 23일 오후 2라운드가 펼쳐진다.
ⓒ 데일리중앙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세종시 수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세력이 22일 세종시 의총에서 정면 격돌했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품격 있는 대화와 토론 당부에도 두 진영은 4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불꽃튀는 공방을 벌였다.

특히 친이 세력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성 거친 발언도 이어져 두 세력 간 공방이 더욱 거칠게 맞붙었다.

140여 명의 의원이 집결한 이날 의총에서 발언권을 신청한 의원은 40여 명, 이 가운데 23명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제일 먼저 발언권은 최근 정부의 수정안과 7개 독립기관 이전안을 섞은 절충안을 내놓은 김무성 의원에게 돌아갔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의 최고 과제는 정권 재창출이다. 한나라당의 파국으로 우파가 분열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원안이나, 수정안이나 다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절충안이 필요했다. 그런 뜻에서 절충안을 냈다. 내가 제시한 안보다 더 좋은 안이 있으면 토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친이계와 친박계가 집단 충돌했다.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2일 오수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세종시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품격 있는 토론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세종시 의총은 지도부의 모두발언에 이어 비공개로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진=한나라당)
ⓒ 데일리중앙
친이계의 이춘식 의원은 "행정부처를 분할한 국가는 독일밖에 없다. 통일 과정에서 본을 비롯한 주변도시들의 반대 때문에 베를린으로 다 합쳐지지 못하고 6개 부처가 본에 남아 그 뒤에 비효율과 낭비가 엄청나다"며 "(박 전 대표에게) 수정안에 대한 반대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최초로 이 약속을 한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대선에서 재미를 봤다고 할 정도로 정치적 계산에서 이 약속이 출발했다"며 "잘못되었는데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만으로는 잘될 수가 없다"고 수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차명진 의원이 "세종시 원안이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의 대안이라고 하는데 행정부처 이전하는 것은 과밀해소나 균형발전의 방법이 아니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국토연구원의 연구발표 결과에 세종시 원안으로는 자족기능이 안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친이계의 수정안 관철을 위한 공세에 친박계는 국가균형발전론을 내세우며 완고하게 맞섰다.

유정복 의원은 "수정안은 국회는 물론 국토해양위를 통과할 수도 없다"며 "원안대로 가면 세종시가 거덜나고, 나라가 망하고, 수도분할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법으로 약속을 했으면 행정부가 그것을 지키도록 당이 질타를 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또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국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의원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균형발전을 시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인의 과제이며 과업"이라며 "선거 때마다 약속했던 것을 갑자기 당정청 회의에서 나온 안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다. 169명의 국회의원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친이계를 공격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박근혜가 여러분을 속인 적이 있나. 차기에 가장 유력한 박근혜를 죽여서 좋을 것이 뭐가 있나. 원안으로 명품도시를 만들자. 중앙정부를 이전해야 한다"고 친이계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을 질타했다.

그러자 친이계 이춘식 의원이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는 미래의 권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권력은 아니다.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의 책임자다. 같은 당에서 너무 심하게 하면 안 좋다"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미경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날 의총에는 146명의 의원이 참석했고, 40여 명이 발언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는 회의에 불참했다.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는 26일까지 잇따라 열리는 의원총회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3월 초 당론변경을 위한 표결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그러나 친박계는 당론 수정에 결사 반대하고 있어 한나라당 앞길에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오후 2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2차 세종시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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