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귀를 틀어막고, 눈도 돌리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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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귀를 틀어막고, 눈도 돌리고 싶은 심정"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0.03.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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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한나라당 정권 맹비판... "한나라당 사법개혁안은 '사법파괴'"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고,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 권리와 자유를 침해당하고 눈물짓는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재판이라는 사법제도를 통해 판사가 닦아주고 어루만져 주어야 합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23일 이명박 정권을 향해 "귀를 틀어막고, 눈도 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한 톤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권 3년을 돌아보며 입립개신고(粒粒皆辛苦), 그저 마주한 모든 것이 괴롭고 고통스럽다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하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실수,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결정적인 실수가 바로 사법개혁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고,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 권리와 자유를 침해당하고 눈물짓는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재판이라는 사법제도를 통해 판사가 닦아주고 어루만져 주어야 합니다."

그는 "사법제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틀"이라며 "입법부나 집행부가 정치적 권력이라면, 법원 또는 사법부는 이들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분리되고 독립된 중립적 권력으로 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 정당국가적 경향으로 인해 입법부와 집행부가 정당에 의해 사실상 통합되기도 하지만, 사법부만은 정당국가적 경향으로부터도 초연해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법부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칼을 휘두르며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물론 사법부 문제가 정치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1차적인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법부 외부에서 특히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응징하거나 견제할 목적으로 사법제도개혁을 시도한다면 자칫 사법의 독립성을 훼손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제도개혁은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이라는 울타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대명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여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런 울타리를 훼손하는 개혁은 사법제도 '개혁'이 아니라 사법제도 '파괴'가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는 특히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판사 개개인의 올바르고 확립된 가치관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법관의 가치관 정립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대법원에게 법관의 가치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개선대책 빨리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법관 재교육과 연수제도, 엄정한 법관 평가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또 대법관수를 현행 14명에서 24명으로 대폭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한심하고 발상 자체가 불순해 보인다고 혹평했다.

그는 대법원의 구성을 2원화해 현재 만연하고 있는 업무량 과다 등의 대법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대법원을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재판부와 일반법관 2~3명으로 구성되는 여러 개의 합의부를 둬 전원재판부는 법 통일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합의부는 권리구제 사건을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사법제도 개혁은 꼭 필요하다"며 "그러나 사법부가 자율적으로 개혁에 나서야지 정치권이 법원이나 법관을 순치시킬(길들일)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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