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니들이 단양쑥부쟁이를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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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니들이 단양쑥부쟁이를 알어?"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0.04.29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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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절규, 단양쑥부쟁이의 위기' 보고서... 무지한 삽질 중단 촉구

"70대의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가설된 다리를 오가며 모래를 실어나르고 있고, 강은 세로로  절개당한 채 배수된 곳부터 준설 당하고 있었다. 누런 황톳물로 변한 강물이 마치 성난 강심을 분출하는 것 같았다."
"70대의 덤프트럭이 부지런히 가설된 다리를 오가며 모래를 실어나르고 있고, 강은 세로로  절개당한 채 배수된 곳부터 준설 당하고 있었다. 누런 황톳물로 변한 강물이 마치 성난 강심을 분출하는 것 같았다."

추미애(민주당) 국회 환노위원장이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집단 서식지가 4대강공사로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추 위원장은 28일 자신의 블로그(blog.choomiae.com/ )에 '한강의 절규, 단양쑥부쟁이의 위기' 제목의 글을 올려 생태의 보고가 '인간의 장난'으로 사라지는 현장을 낱낱이 고발했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 4대강사업 남한강 도리섬 현장을 방문했다. 이 지역은 최근 4대강사업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 및 표범장지뱀의 서식지 파괴 논란을 불러온 곳이다.

추 위원장이 이날 블로그에 올린 '한강의 절규, 단양쑥부쟁이의 위기'는 도리섬 현장 방문 보고서인 셈이다.

'생태의 보고', 인간의 장난으로 사라지나

추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포클레인이 할퀸 모래섬은 깨끗한 속살을 드러내 보였고, 켜켜이 개어놓은 명주이불 속처럼 옛날 옛적부터 쌓인 모래 단층은 비단결 금모래였다"고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공사판으로 변한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홍수를 막고 치수를 위해 '4대강 살리기'로 더러운 강바닥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는 말이 이곳에서 만큼은 완전 거짓이고 날조"라고 질타했다.

도리섬 현장. 남쪽 충북 충주에서 흘러온 남한강의 물과 그 지류인 섬강, 그리고 청미천이 합류하는 곳, 그래서 삼합리라 불리는 곳이란다.

추 위원장은 "좌우 높은 산을 병풍삼고 모여든 강물이 휘감아 돌면서 삼각주가 형성된 삼합리섬에는 멸종위기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자생하고 표범장지뱀이 아직 살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런데 이젠 섬을 절단하고 둘레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만들어진다"며 "마지막 남은 '생태의 보고'가 인간의 장난으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니들이 단양쑥부쟁이를 알아?"

"원시환경에는 백인보다 더 강인하지만, 병균을 옮기는 백인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인디언 원주민과 같아서 옮겨 심는다 해도 다른 종에 밀려 살아남기 힘들다는 자연의 이치를 전혀 모른다."
"원시환경에는 백인보다 더 강인하지만, 병균을 옮기는 백인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인디언 원주민과 같아서 옮겨 심는다 해도 다른 종에 밀려 살아남기 힘들다는 자연의 이치를 전혀 모른다."

추 위원장은 '단양쑥부쟁이를 옮겨 심어 보존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단양쑥부쟁이가 왜 멸종위기인지 생태계에 대한 개념도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래섬은 인간이 쓰다 버린 남한강물과 섬강물, 청미천물을 정화하고 있었다"며 "이런 모래섬을 뭉개고 절개면을 인공적으로 사면을 만들어 섬의 숨구멍을 막는다. 섬과 산 사이의 물길도 모래를 걷어내고 더 넓고 깊게 판다"고 개탄했다.

그는 "표범장지뱀은 얕은 모래톱을 기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건너편 산과 들을 넘나들며 살아 왔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깊은 물길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할 것이고 끝내는 아주 멸종하고 말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무지한 삽질 중단하고 정밀조사부터 하라"

추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표준화된 획일적인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공사를 해야 할 지는 강마다, 지형마다 다르다"며 "(그러나) 전국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공사는 어디서나 준설하고,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산책로를 넣고, 절개사면을 만들어 다듬는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비판했다.

'4대강 살리기'가 정치구호가 아니라면 정밀조사와 계획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다.

추 위원장은 "삽질부터 하고 보자는 식은 안된다. 무식하고 무지하다. 군사정부보다 더 불도저식이다. 생명과 생태, 미래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외쳤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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