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살해 사건의 조사 결과가 위와 같이 나온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사건 원인을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라고 결론내린 것을 두고 이처럼 '살인사건'에 빗대 반박했다.
새세상연구소는 21일 논평을 내어 "유력혐의자가 집에 없었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또한 유력혐의자를 제외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오른손잡이가 아닌 이상 왼손이 사용된 범죄라고 해서 '왼손잡이 유력혐의자'가 범인이 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전날 합동조사단의 판단을 비판했다.
연구소는 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범인을 먼저 지목하고 그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조작으로 일관되어 있을 뿐"이라며 조작인 다섯 가지 이유를 댔다.
먼저 조사단이 북 잠수정의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북 잠수정의 침투 경로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납득할 만한 설명이 결여된 '1번' 육필 표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연구소는 "합조단은 자신들이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스크류에 육필로 표기된 '1번'이라는 글씨에 대한 잉크 감정을 하지 않았음을 밝혔다"며 "그 잉크가 북한에서 사용되는 잉크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적 근거 운운은 그만큼 '결정적 근거'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등장한 물기둥 관련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사단은 전날 발표에서 "백령도 초병이 해상에서 높이 100m, 폭 20~30m의 하얀 섬광 기둥을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물기둥을 보지 않았고, 물에 젖지도 않았다고 말했다"며 "물기둥을 본 초병이 누구인지 밝혀라"고 조사단을 압박했다.
또한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들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조사단의 발표 내용이 '조작'인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군 당국은 100m 높이의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을 정도의 어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가스터빈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양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을 TOD 동영상 및 교신기록, 항적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새세상연구소는 "물기둥 관련 진술이 새롭게 나온 마당에 TOD 동영상은 합조단 발표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것"이라며 "100m 치솟는 물기둥이 동영상에 잡히지 않
았을 리 없기 때문"이라고 조사단의 조작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연구소는 마지막으로 180톤급 연안함 잠수정이 직경 21인치, 무게 1.7톤, 폭약무게 250kg의 중어뢰를 싣고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다며 조사단의 발표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민노당 새세상연구소는 따라서 국민적 의혹을 풀고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 실시 ▲북한 검열단 수용 ▲오바마 정부의 사고 발생 당시 동영상 공개 등을 요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