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미분양 아파트 무분별 매입... 국민혈세로 건설사 민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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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미분양 아파트 무분별 매입... 국민혈세로 건설사 민원 해결?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3.02.0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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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2016~2020년) 간 서울·경기지역 기존주택 매입에 5조8000억원 지출
수유팰리스 36채 매입에 79억원... 공공이 직접 짓는 것보다 42억원 더 비싸
매입임대 아파트 1채당 1억8000만원... 공공 아파트 건설원가보다 더 비싸
경실련, 매입임대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매입가격 기준 개선 촉구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정보 공개와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 요구
경실련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6~2020년 LH 매입임대 서울·경기지역 2만6188세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또 LH의 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다. (사진=경실련)copyright 데일리중앙
경실련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6~2020년 LH 매입임대 서울·경기지역 2만6188세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또 LH의 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다. (사진=경실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지난 5년간 서울·경기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데 5조8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공사가 지난해 12월 공공임대용으로 서울 칸타빌 수유팰리스(전용면적 19~24㎡) 36채를 사들이는데 들어간 비용은 79억4950만원이다. 1채당 2억2000만원, 전용면적 ㎡당 920만원 꼴이다. 

반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개한 '세곡지구 2-1' 아파트의 전용면적 ㎡당 건설원가는 수유팰리스의 절반도 되지 않는 436만원이다. 수유팰리스를 사는 값이면 세곡 2-1 아파트를 두 번 짓고도 이윤이 남는다는 얘기다. 

세곡 2-1의 건설원가를 적용하면 전용면적 24㎡ 아파트 한 채를 짓는데 1억원이 들며 36채를 짓는다면 37억6353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LH공사가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는 돈으로 공공주택을 직접 지었다면 41억8597만원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았거나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아파트가 준공 뒤에도 미분양됐을 만큼 외면받은 주택임이 알려지며 국민의 혈세로 건설사의 민원을 해결해 줬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으면 과연 이 가격에 (수유팰리스를)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며 LH공사의 무분별한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비판했다. 

경실련은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6~2020년 LH 매입임대 서울·경기지역 2만6188세대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LH공사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공사가 공개한 고덕강일 4단지 ㎡당 건설원가는 수유팰리스의 56%인 512만원, 오금 1단지 ㎡당 건설원가는 수유팰리스의 53%인 486만원이다. SH공사는 논밭임야를 강제수용해 공공주택을 지어 공급하기 때문에 더 싼 가격으로 공공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제수용한 공공택지 내 아파트는 민간건설사에 팔아버린다. 

그리고 공공주택 확보가 어렵다며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기존주택 매입임대'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작 가장 중요한 공공택지 내 공공주택을 민간건설사에 팔지 않고 직접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대책은 제시하지 않는다.

경실련은 LH공사가 언제 집중적으로 매입임대를 확대했는지 파악하고자 연도별 매입임대 현황을 분석했다. 2016년 3700억원(2318채), 2017년 5165억원(2952채)이 매입임대 주택 매입에 사용됐다. 

2018년에는 전년보다 4880억원(1914채)이 더 많은 1조45억원(4866채)이 매입에 들어갔고 2019년에는 전년보다 무려 1조1646억원(4348채) 더 많은 2조1691억원이 사용됐다. 2년 연속 2배 가량의 매입임대 예산증가가 일어난 것이다. 

특히 2019년에는 5년 동안 가장 많은 돈을 들여 가장 많은 주택을 사들였다. 2020년에는 전년보다 매입금액이 4252억원(-2376채) 줄어들었으나 1조7438억원(6838채)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세금을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아파트)을 사들이는데 지출됐다. 

5년 동안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 매입금액은 5배 가량 늘었으며 주택 매입 호수는 3배 증가했다. 매입금액보다 매입호수가 적은 이유는 1채당 집값이 1억6000만원에서 최대 2억8000만원까지 오른 영향이 크다. 

LH공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미분양 아파트 수유팰리스 36채 구입 금액과 SH공사 공공 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 전용면적 24㎡ 주택 36채 구입 시. (자료=경실련)copyright 데일리중앙
LH공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미분양 아파트 수유팰리스 36채 구입 금액과 SH공사 공공 아파트 건설원가 비교. * 전용면적 24㎡ 주택 36채 구입 시. (자료=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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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당 경실련 사무총장은 "집값 폭등 시기에 LH가 매입임대를 급격히 늘린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매입이자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서울, 경기지역에서 벌어진 LH공사의 무분별한 주택매입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공사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들인 매입임대 주택은 모두 2만6188채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간 매입금액은 총 5조8038억원이다. 1채당 평균 2억4000만원인데 비해 공시가격은 1억7000만원,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69%다.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매입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SH공사 건설원가와 비교했다. 서울지역에 위치한 매입임대 아파트 및 다세대 등 주택만을 비교 대상으로 하고 면적은 매입임대 주택 평균 수준인 59㎡를 기준으로 했다.

매입임대 아파트의 전용면적 1㎡당 가격은 742만원, 매입임대 다세대 등의 가격은 642만원이다. 59㎡ 주택 1채를 매입하는데 아파트의 경우 4억4000만원, 다세대의 경우 3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세곡 2-1 단지 1채를 짓는데 2억6000만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매입임대 아파트 1억8000만원, 매입임대 다세대 1억2000만원의 세금 낭비가 발생한 것과 다름없다.

LH공사가 100억원 이상을 들여 주택을 매입한 건수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매입금액이 가장 큰 건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도시생활형주택이다. 이 주택은 모두 149채인데 건물을 통으로 매입하느라 무려 615억원이나 들었다. 다음으로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 443억원(153채), 수원시 금곡동 오피스텔 419억원(180채), 서울 강남구 세곡동 오피스텔 343억원(84채), 화성 봉답읍 오피스텔 339억원(360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326억원(98채), 강동구 성내동 다세대 311억원(80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다세대 290억원(76채), 안양시 안양동 오피스텔 287억원(84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오피스텔 283억원(198채) 등의 순이다. 해당 주택의 이름은 LH공사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매입임대 주택 중 전용면적 ㎡당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세대로 1831만원이었다. 다음으로 비싼 주택은 역시 강남구 역삼동 다세대 1773만원,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1669만원, 광진구 자양동 도시생활형주택 1514만원, 서초구 서초동 다세대 1509만원, 중구 오장동 공동주택 1501만원,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 1477만원, 송파구 잠실동 다세대 1398만원, 송파구 방이동 다세대 1387만원, 동대문구 휘경동 다세대 1386만원 등이다. 

1㎡당 가격 상위 10개 주택은 모두 서울에 있으며 그중 7개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에 위치하고 있다.

경실련은 LH공사에게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하고 매입임대 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에 대해 LH공사의 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다.

송정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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