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폭스바겐·현대기아, SUV 판매 증가로 탄소저감 노력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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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폭스바겐·현대기아, SUV 판매 증가로 탄소저감 노력 물거품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11.29 17:42
  • 수정 2023.11.30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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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22년까지 지난 10년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SUV 판매량 154.7% 급증
철강 많이 쓰고 연비 낮은 SUV, 한 대당 일반 승용차보다 4.6톤 CO2 더 배출
그린피스, 현대차 본사 앞서 '기후 리더'·'탄소 악당' 선택 묻는 퍼포먼스 펼쳐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빠른 탈내연기관과 동시에 SUV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현대차, 기후위기시대 더 큰 책임감 갖고 강력한 기후 대응 리더십 발휘해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지름 2.5미터 크기의 거대한 타이어를 설치하고 '기후 리더'가 될 것인지, '탄소 악당'이 될 것인지 현대차의 선택을 묻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린피스는 현대차에 탄소 질주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사진=그린피스)copyright 데일리중앙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지름 2.5미터 크기의 거대한 타이어를 설치하고 '기후 리더'가 될 것인지, '탄소 악당'이 될 것인지 현대차의 선택을 묻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린피스는 현대차에 탄소 질주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사진=그린피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토요타·폭스바겐·현대기아 등 세계 상위 3개 자동차 제조사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증가로 전기차 탄소저감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0년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은 154.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을 많이 쓰고 연비가 낮은 SUV는 주행 때 1대당 일반 승용차보다 4.6톤 이산화탄소(CO2)를 더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9일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앞에 지름 2.5미터 크기의 거대한 타이어를 설치하고 '기후 리더'가 될 것인지, '탄소 악당'이 될 것인지 현대차의 선택을 묻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대형 타이어에는 '탄소 질주 이제 멈춰'라는 문구를 새겨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후위기 가속화 행태를 지적하고 강력한 기후 대응 리더십을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SUV의 환경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거대한 자동차, 더 큰 위기』를 함께 발표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013년 1272만대였던 SUV 판매량은 2022년 3240만대로 154.7% 급증했다. 점유율로 보면 2013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15.4%였던 SUV는 10년 만에 2.5배 증가해 40%를 넘어섰다.

그린피스는 이번 연구에서 세계 판매량 상위 5개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를 대상으로 SUV 판매 추이, 도로배출량, 무배출차(ZEV)의 CO2 저감 효과 등을 분석했다. 

평균 자동차 수명은 10년, 주행 거리는 20만km로 설정해 2017년과 2022년 5개 제조사의 내연기관 SUV와 일반 승용차의 도로배출량을 분석했다. 아울러 2022년 5개 제조사의 ZEV 증가로 인한 도로 배출 저감량을 추산하고 비교했다.  

SUV는 생산 공정에서부터 운행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일반 승용차보다 더 많은 CO2를 배출한다. 철강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약 1.4톤의 CO2-eq가 배출되는데 SUV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약 20% 더 많은 양의 철강을 사용하므로 CO2 배출량 또한 더 많다. 

뿐만 아니라 SUV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평균 20%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하며 더 많은 CO2를 배출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판매된 SUV 1대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연평균 약 12% 많은 4.6톤의 CO2를 더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뚜렷하게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 SUV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제조사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13년 3826만대에서 2022년 3203만대로 16.3% 감소했다. 반면에 내연기관 SUV 판매량은 2013년 572만대에서 2022년 1318만대로 130.3% 증가했다. 특히 2022년 글로벌 판매량 톱3를 차지한 자동차 제조사의 내연기관 SUV 증가율은 10년 간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2017년과 2022년 사이에 폭스바겐이 66.1%, 현대기아가 54.6%, 토요타가 50.7%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도로배출량을 살펴보면 5개 제조사 모두 일반 승용차에서 발생한 CO2는 감소했고 SUV에서 발생한 CO2는 증가했다. 특히 상위 3개 제조사는 일반 승용차의 도로배출량 감소보다 SUV로 인해 증가한 도로배출량이 더 많아 전체 도로배출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과 비교해 2022년 토요타는 1970만톤, 폭스바겐은 3680만톤, 현대기아는 2190만톤의 CO2를 더 배출했다. 

2022년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의 ZEV로 인해 저감된 도로배출량은 900만톤이었으나 같은 해 3개 제조사의 SUV에서 배출된 CO2는 저감량의 33배인 2억9800만톤에 달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ZEV를 앞세우고 있지만 SUV 판매 증가로 오히려 CO2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의 2022년 총 판매량 대비 SUV의 비율은 53%로 5개 제조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17년 대비 2022년 현대기아의 내연기관차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SUV의 증가율이 커 도로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2022년에는 ZEV 판매로 CO2 320만톤이 저감됐지만 SUV에서 9740만톤이 배출됐다. 지난 10년간 SUV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더 많은 CO2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보고서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친환경 행보를 광고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SUV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CO2 배출량을 오히려 더 증가시키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며 "수송부문의 CO2 배출량을 감축시키기 위해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빠른 탈내연기관과 동시에 SUV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캠페이너는 현대차에 대해 "최근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에 착수하며 100년 기업의 포부를 밝혔다. 앞서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린피스가 발표한 자동차 제조사 친환경 평가에서 3년 동안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현대차가 진정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강력한 기후 대응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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