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단체, '미아리 텍사스' 폐쇄 대책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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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단체, '미아리 텍사스' 폐쇄 대책 마련 촉구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12.06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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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성북구청 앞에 기자회견
폐쇄 및 이주 앞두고 있는 성매매여성들의 탈성매매 및 자활지원 대책 긴급히 요구
"코로나 중에도 업주들은 더많은 불법수익 가져갔지만 그 안의 여성들은 무법 방치"
"나는 그곳을 나오고 싶었다. 사람이고 싶었고 평범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막했다"
건물주와 업주에 대해 불법 행위 엄정 수사하고 합당한 처벌과 불법 이익 환수해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6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기지회견을 열어 서울시와 성북구를 향해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여성인권센터 '보다')copyright 데일리중앙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6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기지회견을 열어 서울시와 성북구를 향해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여성인권센터 '보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속칭 '미아리 텍사스'가 이제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1960년대 후반 서울 정릉천을 따라 성북구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매매집결지가 됐다.

2000년도 전후 성매매 여성 30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확대됐고 성매매 여성 가운데 90%가 미성년자라는 지적도 있다.

2004년 9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2011년, 용산 성매매집결지 폐쇄 △2016년,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폐쇄 △2020년 10월, 천호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등 서울의 성매매집결지가 잇따라 폐쇄됐다.

다른 곳과 함께 없어진 줄 알았던 '미아리 텍사스'는 그동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불법)영업을 해온 것이다.

서울시는 2022년 11월 이곳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하고 2023년 10월 16일부터 2024년 2월 29일까지가 '미아리 텍사스' 세입자 이주 기간이다.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및 이주를 앞두고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 및 자활지원 대책이 긴급히 요구되고 있다.

성매애 업주들의 개발 이익을 둘러싼 갈등 속에 성매매 여성들은 오히려 더욱 취약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인권시민단체들은 2017년 제정한 자활지원조례에 따라 서울시와 성북구는 이에 합당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6일 성북구청 앞에서 기지회견을 열어 "서울시와 성북구는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성매매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건물주와 업주에 대해서는 성매매 등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과 불법 이익 환수 추징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성매매는 결코 성매매여성 개인의 문제이거나 책임이 아니며 성매매를 허용하고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온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며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자활 지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주문했다.

자활 대책이 없다면 폐쇄의 과정에서도 가장 취약한 여성들이 마지막까지 남을 것이며 이 여성들은 결국 더욱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언에 나선 성북구 주민들은 도심권에 버젓이 있는 성매매집결지가 빨리 철거 되기를 촉구하고 "아울러 철거로 인한 적절한 대책과 보상 등 후속 조치는 책임이 있는 불법 업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속칭 '미아리 텍사스'는 여성 성착취의 대명사로 오래 악명 높았던 곳이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폭력과 착취가 난무했다고 전해진다. 성매매 여성들만 오롯이 그 고통을 감내했고 많은 이들이 떠나고 일부가 여전히 여기에 있다. 

코로나 기간 중에도 업주들은 더 많은 불법 수익을 가져갔지만 그 안의 여성들은 무허가 건물, 불법 영업,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하는 완전한 무법지대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제 개발 이익을 차지하려는 성매매 업소의 건물주와 업주들에 의해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진행되며 성매매 여성들은 마땅한 대책도 없이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며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왔던 건물주와 업주만 다시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됐다.

건물주와 업주에 대한 보상을 말하기 전에 그 동안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불법 이익에는 몰수 추징과 환수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여성인권센터 '보다' 정민형 활동가는 "서울시와 성북구는 성매매 알선, 운영 등을 통해 불법으로 이익을 취한 건물주, 업주들을 강력 처벌하고 부당이익에 대한 몰수, 추징을 해야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 활동가는 이어 "성북구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인권유린과 성착취가 만연한 하월곡동 집결지를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며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여성들이 성매매 아닌 다른 삶을 찾기 위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12년간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다 벗어난 한 여성은 "나는 그 곳을 나오고 싶었다. 사람이고 싶었고, 떳떳한 사람이고 싶었고,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막했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사회에서 좋은 먹잇감이 됐고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보다'라는 여성인권단체를 우연히 알게 돼 들어온 자활센터는 처음으로 느끼는 달콤함이었다. 나에게는 없는 손재주라 여겼던 뜨개에 재미를 느껴 지금 반려동물을 위한 뜨개에 열심"이라고 했다.

이 여성은 "단단하고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진정한 치유와 안식을 얻고 있다"며 "오늘도 꿈을 꾼다. 목표가 생겼고 계획이 생겼다. 비로소 나는 '사람'이 되어가는 듯하다. 이 하나라도 오늘 나는 행복하고 삶의 '맛'을 느끼며 산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가 정의롭게 폐쇄될 수 있도록 불법이익과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응해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성북구와 서울시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조례를 시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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