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여교사 절반 "그만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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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여교사 절반 "그만두고 싶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2.0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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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한다고 그만둔 대학 동기가 있다. 올해 서울 한 대학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들었다."

2018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A씨(28)의 말이다. A씨는 "동료 교사 중에는 약대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며 "교사 커뮤니티를 보면 이직 준비한다는 인증 글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A씨 주변 사례뿐만이 아니다. 교직 경력이 짧고, 여교사일수록 '교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교사는 과반이 교단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4일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3차 한국초등교원종단연구'에 따르면, '정년까지 교직에 재직할 것으로 예상하나'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초등교사는 2021년 62.5%에서 2022년 52.6%로 감소했다.

'정년까지 재직할 의향이 없다'는 교사가 1년 만에 37.5%에서 42.5%로 급증했다. 이번 연구는 초등교사 2803명을 대상으로 2021년과 2022년 실시한 1·2차 한국초등교원종단연구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교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5년 미만의 저경력, 여교사일수록 컸다. '정년까지 재직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여교사는 2021년 40.5%에서 2022년 50.1%로 급증했다. 1년 만에 9.6%포인트(p) 늘었다. 남교사는 30.3%에서 32.3%로 2%포인트 늘었다.

5년 미만 저경력 교사도 '정년까지 재직할 의향이 없다'는 교사가 39.7%에서 48.6%로, 8.9%포인트 늘었다. '10년 이상 15년 미만'의 중경력 교사는 39.2%만 '정년까지 재직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비율은 2021년 34.2%에서 5%포인트 늘었다.

젊은 여교사일수록 교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은 낮은 직무 만족도와 정서적 소진(Burnout·번아웃·탈진)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인 초등교사 2803명 중 후기 M세대(1989~1996년 출생)와 Z세대(1997년 이후 출생)를 MZ세대로 묶고, 그전에 출생한 교사를 기성세대로 분류한 뒤 응답을 분석했다.

직무 만족도 조사 결과 13개 문항 중 11개에서 MZ세대와 기성세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MZ세대가 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교직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문항에 기성세대의 응답은 평균 4.28점(6점 만점)이었는데 비해 MZ세대는 3.93점에 그쳤다.

거꾸로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은 MZ세대(3.13점)가 기성세대(2.87점)보다 높았다. '다시 선택할 수 있다 해도 교직을 택할 것'에 대한 응답 역시 MZ세대(3.29점)가 기성세대(3.42점)에 비해 낮았다.

MZ세대(4.89점)가 교직에 대해 기성세대(4.76점)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문항은 '시간적인 여유'(MZ세대 4.89점, 기성세대 4.76점)와 '직업의 안정성'(MZ세대 4.62점, 기성세대 4.59점)뿐이었다. '보수 수준'에 대한 만족도도 MZ세대(1.79점)가 기성세대(2.31점)보다 낮았다.

정서적 소진 역시 12개 문항 가운데 11개 문항에서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갈 생각을 하면 피로감을 느낀다'는 문항에 대한 MZ세대의 응답은 평균 4.17점으로 기성세대(3.54점)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사로서 좌절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MZ세대(3.30점)가 기성세대(3.11점)가 많았다. '교사로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것 같다'는 응답 역시 MZ세대(2.70점)가 기성세대(2.39점)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직무만족도가 낮은 저경력의 여교사가 교직 이탈 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학생 생활지도 등에 따른 스트레스, 정서적 고갈(소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교직 이탈의 정책적 대응이 특히 20~30대 저경력 여교사의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함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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