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대통령실 앞서 "나 없으면 환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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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대통령실 앞서 "나 없으면 환자도 없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2.19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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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료인들이 속속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사직 전공의가 대통령실 앞 집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내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고 주장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원광대 산본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인 김다인(가명)씨는 지난 15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상경한 그는 당일 저녁 서울시의사회가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주최한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참석해 단상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김씨는 "여러 명분이 있겠지만 이 사안에서 중요한 본질은 내 밥그릇을 위한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두고 어떻게 병원을 떠나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빅5 병원 소속도 아니고 개인 사직이라 대세에 영향도 없지만 의대 증원이나 필수의료 패키지 이후로 더 이상 수련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바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름만 지나면 1년차인데 수료를 끝내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증원이나 필수 패키지 시행보다는 나을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시의사회 소속 회원 외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까지 참석했다. 주최 측은 약 500명이 참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준비 안 된 의대 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무계획적 의대 증원 건보재정 파탄난다'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의사회는 결의문에서 "정부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고 밝힌 내용의 대부분은 그들의 주장처럼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사를 옥죄고 규제하는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완전 재논의라며 국민과 정부의 정당한 우리의 외침을 전달하기 위한 투쟁에서 의대생, 전공의, 공직의, 그리고 개원의 선생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며 암 환자가 예정된 수술을 미루게 되는 등 환자 피해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폐암 환자인 어머니를 둔 아들 A씨는 "의사 집단행동 탓에 다음 주로 예정됐던 어머니 수술 일정이 밀렸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대형 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당장 사흘 뒤부터 진료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들 병원에 속한 전공의 2311명 전원은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원광대병원 전공의 126명은 지난 15일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조선대병원에서도 7명의 사직 전공의가 나왔다. 전국 주요 의대생들도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동맹휴학을 결의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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