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씁쓸~하구만. 2011년 최저생·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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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씁쓸~하구만. 2011년 최저생·계·비
  • 김선미 기자
  • 승인 2010.08.2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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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책임간사)... "5.6%인상안 빛 좋은 개살구"

24일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2011년도 최저생계비를 올해보다 5.6% 인상 결정한 가운데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와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민생보위를 구성해 내년도 최저생계비 결정 과정에 평균소득 40%를 기준으로 하는 상대빈곤선 도입을 검토하고, 최저생계비를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중앙은 민생보위 관계자의 관련 칼럼을 23일부터 연재할 예정이다. 이에 반대되는 의견이나 칼럼도 합리적인 토론을 위해 수용할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서울 역 부근 쪽방지역에서 여성한부모가족의 가장인 그녀를 만나다.
"선영이한테 뭐 사줄까? 우리 복날은 지났지만, 닭튀김 같은 거 같이 먹을까? 어때요?" "에이... 괜찮은데... 음... 언니, 그러면요... 그냥 우리 애 종합장이랑 스케치북 같은 거 학용품 사주시면 안되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복날에는 시장에서 닭한마리 사다가 해 먹였거든요..."
필자는 쪽방 등 무보증월세에 거주하는 홈리스(homeless people)들을-이들 다수는 극빈층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편입되어 공공부조로 급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만나 복지지원과 옹호활동을 수행하는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몇 년을 서성이다보니, 나를 언니라 부르는 여성분들도 생기기도 하고, 조카가 여럿 생기기도 한다.

중복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쪽방지역에 거주하는 그녀를 만났다. 간질장애를 가진 그녀는 여성한부모가구의 가장으로 몇 년 전부터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아 생활한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인 여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남아가 있는데, 3인 가구니까 약 90만원 정도의 현금급여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조카들이랑 닭튀김이라도 같이 먹어볼까?"해서 물었던 내게, 그녀는 그렇게 어렵게 말했다. '학용품이 더 필요하다'고 말이다.

최저생계비,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자녀교육을 뒷받침하는 수준?!
2010년 8월 25일,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빈곤의대물림을 차단하고 자녀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녀 교육관련 품목 확대 조정을 했다고 한다. 문제집 구입권수를 학기당 1권에서 학기당 2권으로 조정했고(월 7000원선), 수련회비를 기존 아동1인에서 2인으로 추가했단다(월 1만원선). 아동도서 구입권수를 작년에 비해 상향조정(연 2권에서 연 4권)해 기존의 2배 수준으로 인상했단다.

게다가, 아동잠바와 바지 등 내구연수를 6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고 한다. 가만히 그 내용과 숫자를 보고 있으려니 헛웃음이 난다. 그럼, 가난한 집 아이들은 2010년도까지는 6년 동안 키가 자라면 안되는 거였던가?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이게 2년으로 줄었단 말이지? 그리고 선영이처럼 그림을 더 그리고 싶은 아이는, 그 욕구를 참거나 쓰던 스케치북을 재활용해 양면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건가...?

가계부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로 생활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조망하다.

▲ 2011년 최저생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민생보위 일인시위 피켓 뒷판. (자료=민생보위)
ⓒ 데일리중앙
수급당사자, 혹은 수급당사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단체가 철저히 배제된 채 운영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의결 과정에 대응하고자, 수급당사자와 반빈곤활동단체들이 결합해 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대응활동으로서 수급가구들의 7월 한 달 가계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짧은 한 달의 기록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알겠는가마는-뭐 물론 하루살이로 황제의 삶을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분도 있긴 하지만-, 우리사회의 빈곤한 사람들의 경제적 삶의 한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보고자 했다.

모두 17개 가구에서 정성스레 적은 가계부를 전달해주었다. 단독가구 총 10개 가구, 부부가구 1개 가구, 여성한부모가구 3개 가구, 자녀와 부모세대로 구성된 일반가구 2개 가구, 기타 3세대가구 1개 가구였으며 가구원수별로는 1인단독가구 10개 가구, 2인가구 2개 가구, 3인가구 3개 가구, 4인가구 1개 가구, 6인가구 1개 가구로 분포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부모가구, 장애가구, 노인가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대도시에 거주하며, 월세를 다달이 내야하는 월세임차가구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로서 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한 '인간답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생계비 중 아래 표 내의 '현금급여(주거급여+생계급여)'로 생활하고 있다.

▲ 주1) 타지원액은 최저생계비에서 현물로 지급되는 의료비, 교육비와 TV수신료 주민세, 전화세 등을 말하며 이는 원천적으로 감액되는 액수다.
주2) 주거급여액은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면서(표준가구로서 중소도시에 전세로 거주하는 40대초반인 가장과 30대후반의 부인, 그리고 10대초반 자녀1인을 둔 가구를 설정해 계측한다), 최저주거비로서 최저생계비 내 17.25%를 일정비율로 일괄계산한 것이다. 참고로 식비는 약 37%, 의료비는 4.4%, 교육비는 4.5%, 광열수도비는 6.7%, 가구가사용품은 3.0%, 피복신발비는 4.0%, 교양오락비는 2.0%, 교통통신비는 10.5% 등으로 책정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가계부를 분석해보니, 총 17개 가구 중 단 3가구만 급여 내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14가구가 적자재정을 보였다.

적자재정을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거비였다. 대도시에서 월세로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가구는 현금급여 중 32%정도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었는데,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내 주거비비율인 17%를 두 배나 상회하고 수준이다.

사람들은 거리에 나앉을 수 없으니 주거비를 가장 먼저 떼어두기 마련. 한편,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에서는 교육비 지출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학생 자녀를 둔 가구들은 총 5가구였는데 이들은 최저생계비 대비 평균15%의 지출을 나타냈다. 그 뿐인가? 만성질환이나 노인가구, 장애가구에서는 의료비 지출이 높아서 최저생계비 대비 평균 10%의 지출을 보였다. 두말할 것 없이 실지급되는 현금급여로 그 비율을 환산하면 더 높은 지출비를 보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가 더 급하고 중요한 가구에서는 생활의 기본이라고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식비와 피복신발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가계부를 작성한 가구들이 지출하는 식비는 최저생계비에서 37%로 상정된 수준을 대부분 밑돌았다. 먹고 입을 것을 줄여가며 집세를 내야하고, 아이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꾸러다니는 모습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는 가구들의 현실인 것이다.

2010년 여름 그들은, 국가가 빈곤계층의 생존을 보장하겠다고 천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로 생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생활공감, 국민행복?!
보건복지부가 8월25일 '2011년 최저생계비 5.6% 인상'이라는 제목 하에 보도자료로 배포한 문서 오른편 상단에 적힌 '생활공감, 국민행복'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빈곤계층의 생존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그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 과연 현실의 생활을 공감한 것일까? 국민행복... 과연, 지금 그들에게 우리사회의 빈곤계층은, 국민일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라는 최저생계비 5.6%인상은-타지원액을 차감하고 실지급되는 현금급여는 3.28%에 불과하다- 현실과 크나큰 괴리를 지닌, 빛 좋은 개살구다. 

김선미(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책임간사)

김선미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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