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이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 다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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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당이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 다녀서야"
  • 주영은 기자
  • 승인 2010.12.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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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와 청와대 겨냥... 예산안 날치기, 96년 노동법 파동에 빗대 비판

▲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
ⓒ 데일리중앙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3일 최근 한나라당 단독 예산안 등 날치기 파동과 관련해 "당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독자성을 잃고 끌려 다니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청와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 최고위원은 먼저 "새해 예산이 상호폭력 속에서 통과된 점에 대해 여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예산국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강행처리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나 막무가내식 반대만 일삼아온 민주당도 이번 기회를 정쟁의 기회로 삼지 말고 새로운 정치를 위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번 예산 파동에 책임을 지고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한 것과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그런 일각의 지적이 있다"며 당 원내지도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홍 최고위원은 "과연 당이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독자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 소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독자성을 잃고 끌려 다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도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당의 지도부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더더욱 맹종의 대상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총선과 대선은 당이 치르는 것이지 청와대가 치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이번 예산안 날치기로 반영되지 못한 서민예산은 예비비를 통해서 반영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템플스테이 예산 감액과 춘천~속초간 고속화철도 기초설계 용역비 30억 미반영은, 돈 문제가 아니라 불교계와 강원도민의 자존심 문제"라며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는가 그 문제에 앞서서 우선 당이 불교계와 강원도민에게 그 잘못을 빌고 바로 시정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템플스테이 예산은 아마 기금전용으로 가능하고, 춘천~속초간 고속화전철 문제도 예비비로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제안했다.

▲ 지난 8일 오후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등의 날치기를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장석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윤용
홍 최고위원은 이번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빚어진 국회 폭력사태를 지난 1996년 12월 25일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기습처리와 오버랩시켰다.

그는 이어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양지탕에 가서 거사를 축하하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YS정권의 몰락의 신호탄이었고 바로 한보사건이 터지면서 YS정권은 몰락하고 IMF 초래되면서 우리는 50년 보수정권을 진보진영에게 넘겨줬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제부터라도 이명박 정부가 성공을 하고 다시 96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전에 여당을 재편하고 전열을 재정비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예산안 날치기로 MB정부의 몰락은 시작됐다"고 논평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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