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또 개헌공방... 공식회의서 격론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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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또 개헌공방... 공식회의서 격론 벌어져
  • 김주미 기자·최우성 기자
  • 승인 2011.01.05 16: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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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개헌논의 시작하자" - "고장난 녹음기 틀듯 개헌론 집어치워"

▲ 5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개헌 논의를 둘러싼 의원들 간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이경재 의원과 개헌 찬성론자인 정의화 의원(왼쪽부터)이 이날 회의에서 개헌 논의를 둘러싸고 맞붙고 있다.
ⓒ 데일리중앙
한나라당이 새해 벽두부터 개헌 공방에 휩싸였다. 야당은 구제역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한가하게 개헌 타령이나 하냐며 강력 비난했다.

5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는 초반부터 개헌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먼저 현 시기 개헌 논의에 대해 회의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이경재 중진의원이 논쟁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개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

그는 "우리 헌정사에서 9차례 개헌은 대부분 혁명 또는 권력의 폭력에 의해서 이뤄졌다. 4·19 뒤에 의원내각제, 87년 6·10 뒤에 대통령 직선제는 당시 국민들의 열화 같은 열망에 의해서 개헌이 이뤄진 것"이라며 "특정한 정치적인 것이 없고, 국민의 뜨거운 열망이 없는 상황에서 개헌이 이뤄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연설을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않았다"며 "속마음은 있는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하라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개헌과 같은 국론분열의 정치계제를 만드는 것은 피하자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고장 난 녹음기 틀듯이 개헌론은 좀 접어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메아리 없는 개헌을 자꾸 꺼내는 것은 아마 차기 대권구도에서 최소한의 입지를 유지해 보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바람이지, 일반 국민들과는 별로 관계없는 당신들의 얘기"라고 개헌론자들을 향해 직격했다.

그러자 개헌에 적극적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반론에 나섰다. 언제까지 승자독식의 정치와 폭력 국회에 국민의 분노를 방치해 둘 것이냐며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자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회 폭력사태가 권력 집중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국회를 상생의 정치로 바꾸는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로서 대통령에게 힘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진진한 논의를 새해 벽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야당은 사사건건 대통령에게 맞춰서 무조건적 반대로 나서고 있고, 여당도 야당의 의견이나 몫을 인정하기보다는 승자독식적 태도를 일관하고 있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며 "반복되는
국회 내 폭력은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투쟁을 유발하는 현재의 권력구조 폐단에서 비롯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성 중진의원도 "지금 우리 당이 개헌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일단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한 시동에 불과하다고 한다"며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이경재 의원을 겨냥했다.

또 "(이경재 의원이) 개헌 논의에 무슨 배후와 속셈이 있는 듯이 얘기하고, 대통령의 신년사 속에 무언가를 감춰두고 있는 듯하다는 둥 이렇게 말씀을 하고 계시는데..."라며 이경재 의원에게 발끈했다.

이에 이경재 의원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개헌의 '개'자도 말씀 안 하셨다는 부분이 속셈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낸 것처럼 제가 얘기를 했는데, 진의가 일부 잘못 전달됐다"라며 해명했다.

공방과 해명이 되풀이되는 등 개헌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자 안상수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안 대표는 "개헌 논의는 17대 국회 때 이미, 18대에 들어가서 하자고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했을 때 그렇게 하고 넘어갔던 사항으로, 18대 국회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개헌 논의를 시작해 보는 것"이라며 "그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분위기를 다소 진정시켰다.

안 대표는 '최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만나 개헌 논의를 하자고 합의했다'는 지적에 대해 "거기에 다른 뜻이 아무것도 없고, 권력구조에 대해서 정해진 것도 아무것도 없다. 개헌 논의를 했는데 여야가 동의하지 않으면 또다시 19대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헌 논의 찬반 논쟁이 뜨겁게 불붙자 정태근 국회의원도 이날 한나라당 홈페이지 의원발언대와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히먀 논쟁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여야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또는 4년 대통령 중임제로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개헌을 2012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로 확정하자"며 개헌에 대한 실용적 접근을 제안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날 4년 정·부통령 중임제 도입과 부통령에게 상당 권한을 주는 내용의 개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구제역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이달 말께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헌 논의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김주미 기자·최우성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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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2011-01-05 22:25:48
한나라당은 국민들 생각이 없는거지 뭐.
이 비상시국에 개헌 타령이나 하는걸 보면 국민들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까나
참으로 한심하다. 야당은 국회를 등지고 바깥으로 돌아다니고
여당은 국민이 다 죽겠다고 하는데도 개헌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놈의 국회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