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세훈 시장의 미숙함이 한나라당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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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세훈 시장의 미숙함이 한나라당을 망친다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8.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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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이자 칼럼니스트)

▲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딸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사진=서울시)
ⓒ 데일리중앙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실패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3.3%에 못미쳐 투표가 무산되거나 개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야권이 불참운동을 벌이고 있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번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33.3%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면 최소 5%가량 투표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오 시장이 이번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실패해서 사퇴할 경우 보궐선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배수진을 쳤는지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에서는 오시장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드러내놓고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김기현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야당의 반민주적인 주민투표 거부 책동에 시장의 거취를 연계하는 것을 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를 거부했다.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도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에 반대했다. 나 최고위원은 "시장직을 걸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고 했고, 남 최고위원도 "시장직은 주민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이는 서울시민과 한나라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구상찬 의원은 "주민투표 시작부터 시장직 연계까지 당의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자기의 정치적 모양새만 고집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다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냐"고 말했다.

▲ 이병익 칼럼니트스.
ⓒ 데일리중앙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서울시장직을 연계한 결정은 본인에게는 엄청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승부수이겠지만, 당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무상급식에 관한 투표는 한나라당이 사활을 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필자가 전에도 지적했듯이 무상급식에 대해서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명료한 결과를 말하는 투표가 아니고 대전, 울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미 실시하거나 실시계획이 있는 단계적 무상급식에 대해서 50%의 학생에게만 지원할 것인가 전 학생에게 지원할 것인가를 묻는 투표이다.

무상급식은 대세로 판명이 났고 국민들은 무상급식이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50%냐 100%냐를 가지고 한나라당은 100%무상급식이면 조세부담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오도하고 있다. 정부지원과 지자체의 지원이 들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안대로 가더라도 서울시는 600여 억원을 부담하는 것이다.

예산이라는 것은 절약하고 알뜰히 쓰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불요불급예산을 절약하더라도 이 정도는 시행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여야 간에는 무상보육이라든지 무상의료라든지 하는 복지예산에 관한 한판 전쟁을 앞두고 있다. 무상보육과 무상의료에는 줄잡아 40~60조원 가량의 예산을 필요로 한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1조6000억원이면 전국 초중고학생들의 점심 한 끼를 친환경 우리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학부모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은 여,야간의 작은 전투일 뿐이다. 여,야간의 전투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가 당장 감당하기 힘든 이슈인 무상보육과 무상의료에 관한 큰 전쟁을 여야 간에 앞두고 있다. 이 전쟁은 무상급식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엄청난 정치적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렇게 좋은 정치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지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전쟁에 대비해서 한나라당은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정책을 세우고 홍보하는 직책이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사태를 사전에 조율하고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에 관한 투표를 하자고 했을 때부터 말렸어야 할 사안이다. 무상급식에 관한 이슈가 떠오른 후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도 오른 것 같지 않다.

무상급식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싸움을 붙인 결과이고 이것은 보수측에게 커다란 실책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야당은 이번 이슈에서 합심해서 투표거부운동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단합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한나라당의 많은 의원들은 이번 투표에 냉소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독선의 결과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중앙> 보도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시장직을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66.7%로 사퇴찬성이 14.4%로 나왔다. 여당 지지층은 물론 야당 지지층에서도 사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주민투표가 정치적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될 수가 없었다. 무관심한 시민들과 한나라당 지지층을 억지로 끌어오려는 오세훈 시장 측과 무관심한 사람들과 야당지지자들에게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야당과의 전투일 뿐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지즘에 강한 정치인이다. 오 시장은 2003년 '5·6공 인사 용퇴론'과 '60대 노장 퇴진론'을 내걸고 당내 인적 쇄신 운동에 나섰다가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오 시장은 2006년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이후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정치적인 위상을 높이는 투쟁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참신하고 역동적인 정치인으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이제는 정치적인 미숙함이 더 크게 보이니 그것이 오시장의 약점으로 각인되고 있다.

이번 투표는 여,야를 떠나서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정치적인 힘을 빌어서 무상급식에 올인하는 모습은 비효율적이고 구태의 모습이다.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하는 것을 넘어 허위광고가 판을 치고 현실을 오도하는 문자가 날아오고 한편에서는 투표를 거부하자는 벽보나 현수막으로 정치적인 구호를 남발하는 이런 행태는 중도적인 유권자의 눈에는 사기행위로 보여진다.

이번 투표의 결과를 놓고 또 얼마나 국민을 선동을 할 것인지를 상상해본다. 오세훈 시장은 구국의 결단을 하는 심정으로 주민투표를 발의했는지는 몰라도 한나라당과 보수층을 분열시키는 해당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 그 결과는 참담한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서 상상을 하고 싶지가 않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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