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발끈해? 그럼 '쪼국'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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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발끈해? 그럼 '쪼국'은 어떨까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9.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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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니스트)... "남의 이름으로 장난치지마라"

▲ 칼럼니스트 이병익씨.
ⓒ 데일리중앙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이름에는 나름대로 깊은 뜻이 있다. 요즈음은 이름을 지을 때 아름다운 우리말로 짓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발음하기 쉽고 이름의 내용으로 보면 단순하지만 단순함 속에도 깊은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한글 세대가 주류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아름답고 밝고 맑은 한글 이름은 의미의 전달이 확실하고 남이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쉬운 장점이 있다. 발음상으로 고약한 이름은 피하고 듣기 좋은 이름을 쓰는 것이 하나의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아직은 이름이 한자어에 바탕을 둔 3음절이 대세이고 성씨에 따른 4음절의 이름도 흔히 볼 수가 있다. 전통적인 이름의 돌림자는 유지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성씨와 돌림자를 쓰게 되면 이름의 선택은 매우 간결하고 단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음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이름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 세대에는 여성의 이름들이 매우 순박하고 단순한 예가 많았다. 이를테면 '자' '숙' '희' '혜' '영' 등의 이름이 많았다. 이에 비해서 남성의 경우에는 다양한 이름들이 있었다. 이름 중에는 발음상으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름으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이름으로 인해 별명도 붙여지기도 했다.

내 철없던 시절에 '영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당시의 드라마에 장욱제라는 배우가 영구라는 이름으로 바보스럽고 모자란 사람으로 등장하던 때였다.

우리 친구 영구가 모자란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친구들은 '바보 영구' 혹은 '맹구'라고 부르며 놀리곤 했었다. 영구는 그런 별명을 부르면 화를 내고 모질게 대들곤 했었다. 평소에 착하던 영구가 별명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이해하게 됐다.

이런 유사한 일을 성장하면서 여러 번 겪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 방씨 성을 가진 친구에게 '방구뽕'이라고 하면서 놀렸다가 어머니께 '남의 이름으로 장난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따끔한 질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같은 어머니의 질책을 받은 뒤 이름을 갖고 못된 별명을 지어 부르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아버지든 할아버지이든 뜻과 의미가 있는 이름을 지어 주었을 것이다. 이름을 이용해서 별명을 지어 부른다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될 뿐 아니라 인격의 모독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름 때문에 개명을 한 사람도 있고 또 오랫동안 상처받고 자라온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며칠 전 언론에 이름이 알려진 진보학자인 서울대 조국 교수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폄하하기 위한 의도로 '발끈해'라고 별호를 지어 올린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말 한마디는 파급 효과가 커서 뉴스로 장식이 될 정도였다. 조국 교수의 명망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명망이 높은 학자가 유력한 정치인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이다. 이 장난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하고 있으니 분명히 잘 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내 어머니의 충고가 나를 바꾸었듯이 나도 조국 교수에게 감히 충고하고자 한다. 조  교수를 '쪼잔한 조 국' 혹은 '쪼다 같은 조 국'이라는 뜻으로 '쪼국'이라고 별명을 지어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기분이 좋다면 그렇게 부를 것이다. 그러나 이름 갖고 장난치는 일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필자가 그렇게 부르는 것이 내 양심에는 좀 걸린다.

오늘 뉴스에는 또 컨설팅 업체 황주성 오리면 닷컴 대표는 '철수면'과 '바끄네면'을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다고 한다. 요즘 회자되는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돈을 벌겠다는 얄팍한 속셈은 알 것 같으나 '남의 이름 갖고 장난치지 마라' 고 말해주고 싶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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