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 칼럼] 와인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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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칼럼] 와인 스캔들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9.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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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유명 포도주.

ⓒ 데일리중앙
와인의 역사 속에 있었던 관한 남녀 간의 무슨 기가 막힌 불륜의 정사가 있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물론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나, 와인에 얽힌 사건과 사고들을 이야기할까 한다.

가장 오래된 사건은 아무래도 이집트와 로마시대에 있었던 와인에 물을 타기 사건들일 것이다. 당시에는 알코올 도수를 잴 수도 없던 시대라 물을 타서 양을 늘려도 소비자들이 눈치를 챌 수가 없었다.

또 당시에는 와인의 알코올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물을 타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대이니 물을 타서 파는 사건이 많았다. 요즘같이 고객이 보는 앞에서 와인 병을 따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 안 보는 곳에서 주인이 몰래 물을 타서 팔았다는 것이다.

옛날에 군대생활 할 때 경험한 일이다. 부대 PX 에 막걸리 차가 왔다 가면 PX 에 근무하는 사병이 몰래 막걸리 단지에 바케츠로 물을 부어넣고 휘휘 젓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자고로 특히 술과 관련해서는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이러한 소규모의 장난이 아니고 좀 큰 사고를 친 사건들의 경우 국제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 그 중에서 최근에 터진 사고들을 몇 가지 알아보기로 한다.              

1985년 오스트리아에서 와인에 사용될 수 없는 물질인 '디에칠렌글리콜' 이란 물질을 첨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 유럽과 전 세계를 경악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 김준철 제이씨 와인 스쿨 원장.
ⓒ 데일리중앙
알다시피 포도는 재배하는 해에 따라서 일기가 좋은 해에는 포도가 잘 익어서 품질이 좋은 포도가 생산되고 작황이 나쁜 해에는 잘 익지 않은 포도가 생산되는 등 매년 포도의 작황이 다르다. 포도가 잘 익지 않고 품질이 떨어지면 이런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당연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황이 나쁜 해이어서 주변 국가들에서는 낮은 등급의 와인을 많이 생산했는데 유독 오스트리아에서만 그 해에도 좋은 와인을 생산했다. 그러자 이웃 나라의 포도 재배 농민들이 "그 참 이상하다. 우리나라와 바로 이웃에 있고 또 우리하고 기후도 비슷했는데 어떻게 오스트리아에서는 저렇게 향이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가 있었을까"하고 의심을 갖게 됐다.

국제 와인 시장에서 판매에 어려움을 받던 주변 국가들의 와인 회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 사태를 규명하려고 와인을 분석해보니 놀랍게도 와인에는  있을 수 없는 물질인 '디에칠렌글리콜' 이 검출됐던 것이다.

이 '디에칠렌글리콜'이란 물질은 자동차 등에서 부동액으로 겨울철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물질은 약간 단맛이 있으며 특히 상당히 감미로운 향이 있는 물질이나 인체에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포도가 잘 익지를 못 하여서 양조한 와인의 향과 맛이 별로이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포도주 공장들이 비밀리에 냉매로 사용되고 있는 '디에칠렌글리콜' 을 약간 섞어서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러운 와인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말도 되는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이 사실이 공표되니 그 동안 오스트리아 와인을 수입한 세계 각국들에서는 문제의 와인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와인 전체를 믿지 못하겠고 나왔다. 모든 오스트리아 와인을 반품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 전 세계 와인 사회를 발칵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으로 변했다.

이렇게 해서 와인의 판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오스트리아 회사와 업계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일부 와인 공장에서만 있었던 일이라고 사과하는 등 사고를 무마하기에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와인이 세계의 와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데 여러 해가 걸렸다.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이 와인을 수입해 판매했던 일본의 한 유명한 수입 회사는 일본의 와인 소비자들의 거친 항의와 손해 배상 등의 문제로 문을 닫기도 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와인을 수입하지 못하던 때라 알려지지 않고 지나간 일이었다.

이 오스트리아의 와인 스캔들은 세월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고 와인 업계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다시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었다. 꼭 착오 없으시기를 바라는 것은 '오스트랄리아'가 아니라 '오스트리아' 라는 점이다.

김준철/ 제이씨 와인 스쿨 원장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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