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붉은 깃발을 펄럭이며 총파업 투쟁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25일 아침 7시부터 운송료 인상 등 요구조건을 내걸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및 기름값·도로비 인하 ▷표준운임제 법제화 ▷노동기본권 보장 및 산재보험 전면 적용 ▷재산권 보장, 노예·불평등계약 철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전면 재개정, 도로법·도로교통법 개정 등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사측을 향해 단결 투쟁을 강조했다.
노조는 화물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때까지는 결코 파업 농성을 풀지 않겠다며 대정부 교섭을 압박하고 있다.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은 이날 새벽 총파업 출정식에 앞서 전국의 37만 화물 노동자들에게 "오늘 오전 7시부터 현 위치에서 물류를 멈추고 총파업 투쟁을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김 본부장은 "제멋대로 운임 속에서 죽어나는 것은 차량구입비부터 기름값, 도로비, 보험료 등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화물노동자들뿐"이라며 "2008년 6월 19일 정부와 화물연대가 합의한 '‘표준운임제'를 정부는 겉에 포장만 바꾼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참고운임제'로 변질시켰다"고 비난했다.
또 "화물노동자는 화물차를 사야만 일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정부는 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도 못 만들고, 산재 처리도 받을 수 없는 '현대판 바퀴달린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본보장은 "화물연대의 요구는 단순하다"며 "살아갈 수 있는 적정운임을 보장하고, 중간착취를 없앨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절망의 벼랑끝으로 내몰려 분노의 저항으로 떨쳐 일어선 화물노동자들은 어떠한 위협탄압도 이겨내고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정부와 사측(운송업계)에 엄중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 각 지부에서는 파업 첫날부터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투쟁동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이봉주 화물연대 서울경인지부장이 이날 오전 10시 의왕 ICD 입구 30M 교통탑 상공에 매달려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 지부장은 '산재보험 전면 적용, 노동기본권 쟁취, 표준운임제 도입, 운수사업법 개정, 도로비 인하, 운송료 인상' 등을 외치며 고공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조합원 300여 명이 그를 엄호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호 화물연대 부산지부장도 이날 오전 '표준운임제 전면도입, 운송료30% 인상'을 요구하며 부산신항에 있는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이 거세지자 정부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조와 대화를 통해 진지화게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노조는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