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울산지검이 발표한 한수원 비리는 구속자만 22명에 이른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간부부터 직원까지 구속자 1인당 평균 1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거래 업체의 납품 단가를 부풀려주거나 특정 제품 입찰을 유도하는 등 갖가지 유형의 비리가 365일 밤낮으로 벌어졌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놓았던 셈이다.
더욱이 이 사건의 수사로 인해 동료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일이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고리2발전소의 기술실의 경우 거의 모든 직원이 비리에 연루됐다고 한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비리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핵발전소에서 이러한 비리가 어떤 부실과 사고를 낳을지를 생각하면 국민들은 아찔하기만 하다.
진보신당 탈핵운동본부/녹색위원회는 11일 논평을 내어 "이번 검찰 수사 발표 결과가 핵발전을 둘러싼 부패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며 "비리의 꼬리자르기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진보신당 탈핵운동본부는 "지금 드러난 일련의 비리는 핵산업의 전문가주의로 인한 폐쇄성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수원뿐 아니라 원자력 관련 기관과 정부 부처는 핵산업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극히 꺼려왔다. 노후 핵발전소의 안전성 관련 자료, 신규 핵발전소 부지의 적격성 검토 자료, 경주 중저준위 폐기장의 자료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진보신당은 "이러한 폐쇄성이 극복되지 않는 한 핵발전의 비민주적 관행과 부정부패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핵발전 정책의 투명화와 민주화만이 이러한 비리와 사고를 막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