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철수를 피상적으로 느껴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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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철수를 피상적으로 느껴본 단상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2.08.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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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칼럼니스트)

▲ 대권 잠룡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지난 7월 2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정치 진출 등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방송을 본 대부분의 국민들은 안 교수가 대선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힐링캠프)
ⓒ 데일리중앙
안철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사람으로 이제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현실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 보고 그의 행보에 대한 방점을 찍어 보려고 한다. 안철수는 자신의 뜻과 의지와 상관없이 국민의 과도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의 지지에 대한 크기는 일반의 상상을 넘어섰다. 꺾이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해 온 지지는 젊은 층인 20~30세대로부터 출발한다.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해서 40대까지도 반 정도의 숫자가 안철수 지지로 돌아서게 한 힘을 보여주었다. 1년여를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여, 야 정당의 책임이 크다.

안철수의 정치적 능력보다는 그의 이력과 말에 열광하고 희망을 걸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정치 불신과 정치인에 대한 혐오가 안철수를 불러들이게 된 이유였다. 안철수는 이른바 거대담론을 펼쳐 왔고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 보다는 이상과 감성적으로 제시하는 안철수 식의 정의를 외쳐 온 것이 그의 지지 기반이 되어왔다.

안철수의 말들이 청년들의 귀에는 종교의 복음보다도 더 명쾌해서 안철수를 연호하고 그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안철수를 정의의 사도로 알고 따르는 사람들이 안철수의 인격을 더 높여주면서 안철수 현상은 증폭되어 가고 있었다.

안철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살아온 세월에서 느끼면서 바라본 연령층의 눈높이와 관련이 있다. 경험과 경륜이 약한 젊은 세대는 안철수에 대한 이해와 동지적 유대감이 강하고 장년이상의 경륜을 갖춘 세대가 바라보는 시각은 믿음이 약하다는 것이다.

노무현을 추억해보면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안 되는 게임을 통해서 실패를 자초하면서도 철저하게 정치적인 행보를 함으로써 대통령에 오른 매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노무현은 십 수년 간을 대통령이 되는 길을 알고 교묘하게 정치적으로 처신해왔던 '바보 노무현'이 아닌 머리회전이 빠른 노련한 승부사였다고 본다.

안철수를 보면 대통령의 의지도 없었으며 의사출신 기업인으로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 그는 재산과 재능의 일부를 나눠 주고도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길을 택한 따뜻한 보수주의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그의 그런 행동이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기에 대중들이 그를 등 떠밀어서 오늘날의 안철수를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의 야망의 시동은 늦게 걸렸다. 아마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부터 그도 대중의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박원순에게 서울시장직을 양보 아닌 양보를 함으로써 그는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었다. 안철수는 그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인기 있는 강연자였고 돈 잘 버는 기업가였을 뿐이다. 그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강호동의 프로그램에 나와서 허위의 발언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대선후보로서의 지지도가 상승하게 되면서 대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철저하게 정치인의 행보를 시작하게 되고 최근에는 자서전을 출판하면서 불과 며칠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펴내는 쇼를 시작했다. 초고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흘 만에 나온 책 치고는 매우 정교하고 출판의 완벽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출판의 과정도 솔직하지 못했다. 책에 나온 안철수의 사진은 사전에 준비된 완벽한 사진이었다. 급하게 만든 책이 아니라 준비된 출판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철수 식의 신비주의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안철수는 솔직하고 담백한 강연자가 아니라 꾸미고 만들어가는 정치인의 모습을 따라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행동들이 안철수의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필자는 안철수의 대통령 출마가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본다. 안철수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필요할 때는 시중에 떠도는 의혹들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고 답변에 따라서 지지율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필자가 본 안철수의 성격은 신중함과 소심함이 섞여있는 이상주의자이고 사색하고 연구하는 데는 익숙하나 행동하고 앞장서는 데는 주저하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외모에서 보듯이 착한 학생의 이미지는 있으나 강한 카리스마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던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가 없다. 불과 1년 사이에 대중의 지지를 보고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스로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이제 와서 정당을 만들 것 같지 않다. 민주당에 입당을 해서 치열한 선거전을 치를 것 같지도 않으니 안철수는 박근혜 대항마로 야권으로부터 추대받기를 바라고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민주당 후보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할 지 모른다.

이렇게 되기 전에 아마 안철수는 대선후보로서의 동력을 잃어갈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안철수의 성격 탓이라고 단언한다. 정치를 해보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의 장점이었으나 국민들은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후보에게 등을 돌리게 되어있다. 2012년의 안철수의 꿈은 원대했지만 깨끗한 정치인으로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랐던 박찬종, 문국현처럼 정치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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