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태일·조영래·김근태·이소선과 만나다
상태바
안철수, 전태일·조영래·김근태·이소선과 만나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09.29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석 모란공원 참배... 전태일 묘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

"김근태, 이소선, 전태일, 조영래. 그 분들이 거기 계셨습니다."
"김근태, 이소선, 전태일, 조영래. 그 분들이 거기 계셨습니다."

29일 낮 12시20분, 정오의 가을 햇살이 은빛으로 춤추는 마석 모란공원.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전태일 열사 묘비 앞에 섰다. 묘역은 평온했고 가을 하늘은 참 고왔다.

파란 잠바 차림으로 묘역을 찾은 후보는 하염없이 묘비를 바라봤다. 70년 제 몸을 불사르며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던 전태일을 수없이 떠올렸을 것이다.

이날 일정은 노원소방서와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를 다녀오는 길에 정연순 대변인이 모란공원을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했고, 이에 후보가 "그러자"라고 해 이뤄졌다.

그래서 이날 일정은 공개되지 않고 조용히 진행됐다. 때문에 사전에 기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파란 잠바 차림으로 민주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을 찾는 게 결레가 아닐까 후보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는 돌아오는 길에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여사(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

김 의장의 묘소는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평소 그 분의 성품처럼 소박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살아생전 사람 대하는데 허물이 없었던 그분이 외롭지 마시라 그랬는지 묘소 옆에는 자그마한 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다.

또 단 위에는 누군가 김 의장이 평소 좋아하던 초콜릿 두 봉지를 놓고 갔다.

짠한 분위기에 후보 일행은 잠시 마음이 잠기는 것 어쩌지 못했다고 전했다.

▲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아들 전태일 열사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는 안철수 대선 후보. 안 후보는 전태열 열사 묘비에 적혀 있는 글자를 한 자 한 자 소리내어 읽었다. (사진=안철수 대변인실)
ⓒ 데일리중앙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는 이제 아들(전태일)과 함께 계셨다.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떨어져 견디셨는지. 함께 잠들어 있는 두 분은 평화로워 보였다고 한다.

전태일 열사의 묘비에는 조영래 변호사의 글이 사면을 둘러 쓰여 있었다.

묘비를 한참 바라보던 후보는 가까이 다가가 묘비를 돌며 거기에 적힌 글자를 한 자 한 자 소리내어 읽었다.

마침 성묘를 하러 온 3대가 모인 한 가족이 후보와 함께 기념 사진 찍기를 청해왔다. 화목해 보이는 이 가족은 난생 처음 보는 후보와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했다고.

조금 모퉁이를 돌아 조영래 변호사가 잠들어 있다. 그의 묘소는 소탈하기 이를 데 없다. 표식도 없고 장식도 없었다. 그냥 거기에 누워 계셨다.

▲ 29일 마석 모란공원을 찾은 안철수 대선 후보가 김근태-이소선-전태일 묘역을 참배한 뒤 조영래 변호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소탈하기 짝이 없는 조 변호사의 묘역 앞에 후보 일행이 저마다 고개를 숙여 참배하고 있다. (사진=안철수 진심캠프)
ⓒ 데일리중앙
후보는 그저 꽃 한 다발, 소주 한 잔 올렸다. 그러고는 한가위의 따스함과 안온함이 가득하기를 빌며 자리를 떴다.

안철수 후보의 이날 김근태-이소선-전태일-조영래 묘역 참배에는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 정연순·유민인 대변인만 함께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