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한 노회찬 "국회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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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상실한 노회찬 "국회를 떠나며"
  • 김나래 기자
  • 승인 2013.02.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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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국회를 떠난다. 다시 국민속에 들어가겠다"

▲ 노회찬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하고 국회를 떠나는 참담한 상황을 담담히 밝히고 있다.
ⓒ 데일리중앙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원이 14일 국회를 떠났다.

노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를 떠나며'라는 회견문을 발표했다.

오늘 대법원이 노회찬 의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해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다.

이에 노 의원은 담담한 모습으로 비통한 심정을 읽어내려갔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 최대 재벌그룹회장의 지시로 그룹부회장과 유력 일간지 회장 등이 주요 대선후보와 정치인, 검찰 고위인사에게 불법으로 뇌물을 전달했다.

이 사건의 실행 과정을 담은 녹취록이 8년 후인 2005년 공개됐고 이른바 "안기부 X파일사건"으로 불렸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을 건국 이래 최대의 "정치·경제·검찰·언론 유착사건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의 주요 관련자인 주미한국대사와 법무부차관은 즉각 사임했다.

노 의원은 "그러나 뇌물을 준 사람, 뇌물을 받은 사람 그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대신 이를 보도한 기자 두 사람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일명 떡값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검찰수사를 촉구한 국회의원 한 사람이 기소됐다"며 사건의 전말을 전했다.

그는 담담히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듯  자신의 상황을 솔직히 밝혔다.

노 의원은 "다시 8년이 지난 오늘(14) 대법원은 당시 사건으로 내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유죄를 확정했다"며 개탄했다.

▲ 서울 대법원은 오늘(14)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 데일리중앙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의 수사를 촉구한 나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중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이다."

그는 감정이 복받친 듯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뭐가 다른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자신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향해 "국내 최대 재벌회장이 대선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칙한 판단을 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외쳤다.

이어 "국민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 의원은 당시 녹취록에 기록된 인물들의 실명을 문서화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했었다.

이에 대법원은 언론 보도자료는 면책특권을 적용했으나 홈페이지 게재를 문제삼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적용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른 노 의원은 다시 담담히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그는 "나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 선다"며 참담한 심경을
고백했다.

▲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나는 오늘 국회를 떠난다. 다시 광야에 서게됐다"고 말했다.
ⓒ 데일리중앙
이어 이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지, 당선시킨 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뜨거운 지지로 당선시켜주신 노원구 상계동 유권자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이다."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해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라고 담대히 전했다.

노 의원은 그들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얻은 듯 "국민이 나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바로 그런 거대 권력의비리와 맞서  싸워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다"고 회고했다.

또한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아직 끝나지 않은 정의를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을 향해 "오늘 대법원은 내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것이다"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어 "법 앞에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나는 국회를 떠난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끝나지 않은 정의실현을 위한 매서운 투쟁을 예고했다.

담담히 기자회견을 마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묻는다.

"나는 묻는다.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정의실현을 위한 행보를 다짐했다.
ⓒ 데일리중앙
이 땅위에 정의가 상실됐음을 명백히 보여준 이 질문은, 오늘의 이 판결을 듣고 접한 모든 국민이 함께 되새길 것이다.

 

김나래 기자 nlkim007@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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