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재벌에 투자 구걸하는 순간 개혁은 끝"
상태바
유종일 "재벌에 투자 구걸하는 순간 개혁은 끝"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04.01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대통령 경제민주화 공약파기 비판... '박근혜표 경제민주화' 한계 지적

"기업들의 연간 투자·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꿈보따리정책연구원 정책이사)는 "재벌에 투자를 구걸하는 순간 개혁은 끝"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를 비판했다.

지난해 8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10대그룹 총수 초청 청와대 회동으로 경제민주화는 소멸됐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 8.28 청와대 회동)

"기업들의 연간 투자·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 (허창수 전경련 회장, 8.28 청와대 회동)

유종일 교수는 1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꿈보연 제2차 세미나 '왜 다시 경제민주화인가' 발제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이 경제민주화에서 규제완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꿈보따리정책연구원'(꿈보연·원장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향후 당권과 대권을 내다보고 있는 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싱크탱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화두는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집권초기 '창조경제' ▷2013년 하반기 '경제활성화' ▷2014년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무게중심이 분기점마다 오른쪽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유 교수는 "초보적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어젠더를 흡수하면서 규제완화와 공기업-공공서비스 민영화 쪽으로 중심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줄푸세'와 완전한 단절을 하지 못함으로써 '경제민주화=공정경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한계를 분석했다. 여기서 분배정의와 참여경제는 실종된다.

이는 또한 정치민주화의 심화에 의한 경제민주화가 아닌 권위적 리더십에 의한 '위로부터의 민주화'가 안고 있는 한계라고 했다.

경제민주화 담론의 아킬레스 건으론 △재벌의존에서 탈피한 새로운 성장모형에 대한 비전과 확신의 결여 △발전 모형으로서의 경제민주화 담론 취약(돈이 도는 경제민주화)을 꼽았다.

유종일 교수는 "결과적으로 강제규제와 약자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는 소멸하고, 극강 언어를 동원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안정적 성장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경제민주화의 주된 내용은 ①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대기업·금융규제, 약자보호 등) ②노동자 권리 강화 ③복지와 재분배로 요약된다.

이러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는 전후 서구에서 만개(Bretton Woods, 자본주의 황금기)했다. 이 시기에는 분배의 대압착(Great Compression) 뿐만 아니라 고도의 경제안정과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고 한다.

또 소득분배가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갈수록 소득분배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가 우세(IMF와 세계은행까지)하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분배의 형평성이 가장 큰 변수라는 견해가 주목받고 있다(북미, 남미, 동아시아).

이래서 재분배는 '공짜 점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도 부자 증세를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이 고용 문제, 소득분배 문제, 수요부진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과도한 자동화와 독점의 증가에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는 지금 불평등과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 최저임금 인상, 부자증세 등 경제민주화 추진 배경이 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번 발제에서 한국경제 저상장의 원인을 진단하고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흔히 저상장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내수 부진은 소득분배 악화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가계소득에서 기업소득으로, 노동소득에서 자본소득으로, 중산층에서 고소득층으로 분배가 악화되어 소비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수요 감소는 고용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기업소득은 급증하고 있는데 비해 가계소득 증가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보니 가계는 부채가 급증하고 기업은 저축이 급증하는 양극화가 공공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가계소득 증가의 부진은 생산성 증가와 괴리된 실질임금의 정체와 이에 따른 노동분배율의 하락,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의 빈곤화 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도 소비수요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종일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기초"라며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제언했다.

경제민주화에 의해 분배구조와 혁신시스템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의 토대"라며 "재벌의 불평이 늘더라도 중견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이 불편해지는 대신 '을'이 제 몫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 "대공황 당시 감세와 규제완화로 경기를 살리겠다던 후버 대통령과 포괄적 경제사회 개혁 정책(경제민주화)을 추진한 루즈벨트 대통령, 누가 경제를 공황에서 구출했냐"며 "경제민주화는 장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최선의 구조개혁 정책"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개혁과 분배를 외치며 출범한 참여정부는 카드채 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이유로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2만불 달성 목표설정 등 친기업 성장정책으로 선회, 그 결과 양극화 심화하고 정권 상실로 이어졌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이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