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단장의 슬픔을 아는가"... 허술한 재난 대응 비판
상태바
안철수 "단장의 슬픔을 아는가"... 허술한 재난 대응 비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04.23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재난시스템 정비 시급... 기본에 충실해야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오른쪽)는 여객선 '세월호' 대참사와 관련해 23일 '단장의 슬픔' 고사를 언급하며 정부의 허술한 재난 대응을 강력 비판했다.
ⓒ 데일리중앙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300여 명의 희생자을 낸 여객선 '세월호' 대참사와 관련해 23일 '단장의 슬픔' 고사를 언급하며 정부의 허술한 재난 대응을 비판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죄인이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보였다.

안철수 대표는 참사 8일째인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및 여객선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단장(斷腸)의 슬픔'이라는 말이 있다. 배에 실려서 잡혀가는 새끼를 사흘 밤낮을 쫓아간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라며 한 칼럼에 인용된 이 고사를 세월호 침몰사고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에 비유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8일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정부와 구조당국은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해내지 못했다. 초기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내 아이, 내 부모 형제가 갇혀있는데 구해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벌써 일주일이다.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마음도 끊어질 듯 고통스럽다. 또 불안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고로 조카딸을 잃은 분께서 하루 세끼 먹는 나라보다 하루 두끼를 먹어도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소개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을 일깨웠다.

안철수 대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재난은 기본을 지키지 않는데서 시작되고, 재앙이 커지는 원인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기본을 무시하고, 기본을 지키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지금부터라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끝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체계적인 구조활동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들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김한길 대표는 "꽃다운 아이들을 속절없이 보내면서 어른으로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오늘도 비통한 심정으로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을 포함해 국정의 책임있는 사람들 모두가 죄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아이들아, 끝까지 힘내라 우리가 있잖아!"라고 온 국민이 함께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정치인들이 책임지는 자세는 우선은 마지막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면서 상황을 수습하는데 최대한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다음에 여야가 함께 자식 잃은 부모의 절절한 심정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아이들과 국민들에게 다시는 허망한 죽음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위험한 대한민국을 개조하는 일에 정치권이 최우선적으로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특히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그들을 허망하게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듯 모두발언 내내 울먹였다.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허술한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침몰 이후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며 "지금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챙겨야 할 때이지만 정부와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사과와 시스템은 없고, 질타와 혼선만 난무하고 있다. 구조는 없고 희생자만 늘어나고 있다"고 질타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전날 생존자 학부모들의 대국민 호소문을 언급하며 "정부가 초기대응만 했어도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재난 관리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나. 지금이라도 당장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구조작업을 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삼화 최고위원은 재난관리 시스템 정비를 위한 입법을 주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제라도 재난관리체계에 대해서 입법적인 미비점이 있다면 여야가 빨리 머리를 맞대고 미비한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재난구조를 위한 매뉴얼을 체계화하고 더욱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희생자 가족과 정부는 23일 임시분향소를 안산 올림픽 기념체육관에 설치해 조문을 받기로 했다. 공식 분향소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오는 29일 설치될 예정이다.

안산고는 학생들의 수업을 24일부터 단계적으로 재개한다고 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