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쌀 직불금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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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쌀 직불금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
  • 주영은 기자
  • 승인 2008.10.16 11: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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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7만명 부정수급... 현대서산농장도 3년 간 120억원 수령

▲ 2006년 직불금 수령자 가운데 비경작자 직업. (자료=감사원)
ⓒ 데일리중앙
▲ 정해걸 의원.
# 충남 태안에서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박아무개씨는 연봉만 8억6000만원을 받는 150억원대의 자산가다. 땅부자인 박씨는 2005~2006년 쌀 직불금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2억6000만원을 타갔다. 

# 전북 고창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2005~2006년 자신이 소유한 농지에 대한 직불금을 신청하면서 실제 면적보다 100배 넓은 것으로 보고해 1700만원의 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

농식품부가 15일 국회 농수식품위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에게 제출한 감사원 자료(쌀소득 등 보전직접지불제도 운용실태; 2007.3.21~5.15)에 따르면, 2006년 쌀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여 명 가운데 17만3947명이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부당 수급자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연간 평균소득 4616만원의 공무원 4만421명과 5500만~7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금융계(8442명), 공기업(6213명), 전문직(2143명) 종사자 1만6000여 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편법으로 챙긴 직불금은 1683억원이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직불금 부당 신청 사실이 적발돼 환수된 금액은 4억5651만원에 불과했다.

이른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쌀 직불금은 도시에 사는 사람도 신청만 하면 타낼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갖가지 편법이 동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과천 거주자 가운데 2006년 4662명이 30억원(1인당 65만원)의 쌀 직불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벼농사를 지어 직접 수매한 사람은 142명뿐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면서 경기도 소재 농지 직불금을 50만원 이상 타간 사람도 124명이나 됐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상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면서 직불금까지 받아간 것으로 여겨진다.

▲ 쌀 직불금 부당 신청 적발 및 회수 현황. (자료=농식품부)
ⓒ 데일리중앙
농림부 조사 결과, 2007년 직불금 신청자 가운데 직장보험에 가입돼 있어 사실상 농민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이 12만명으로 집계됐다. 올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개정돼도 빨라야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해 올해에도 농사를 짓지 않는 엉뚱한 사람의 호주머니에 직불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땅주인의 횡포로 정작 농사를 짓는 농민들(소작농)이 직불금을 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경기도 김포시, 용인시, 파주시, 포천군 등 4개 시군의 2006년 직불금 미수령 농가 1752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인 1331가구가 "지주의 압력이나 반대로 직불금 신청을 일부 누락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2006년 농협 수매 실적이 있는 실경작 농가 53만명 중에서도 7만1000농가(13.4%)가 직불금 1068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땅주인(임대인)이 직불금을 대신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농사는 농민이 짓고, 직불금은 땅주인이 타간 것이다.

한편 현대건설이 지배주주(72%)로 있는 (주)현대서산농장도 2005년 53억원, 2006년 36억원, 2007년 31억원의 쌀 직불금을 정부로부터 받아 갔다. 올해도 수십억원의 직불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용지가 아닌 공장용지에 대해 직불금을 신청해 수백만원을 타간 사례도 적발됐다. 익산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지난 2006년 자신이 소유한 공장용지에 대해 직불금을 신청해 200만원을 타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일정 금액 이상 소득자에게 직불금 지급을 제한하고, 실경작자 및 임대차 확인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낼 예정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더라도 땅주인과 소작인이 짜고 직불금을 신청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정해걸 의원은 "정부의 허술한 감시로 막대한 국민 세금이 엉뚱하게 지급된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며 "정부는 제도 개선책을 빨리 마련해 국민의 혈세가 대기업, 땅부자, 투기꾼이 아닌 어려운 농민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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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구리 2008-10-16 20:26:29
청와대발, 한나라당발, 여권발, 또 내일은어디? 민주당인가.

이봉와 2008-10-16 16:52:10
아직도 그 자리를 차고 앉아 있ㅎ나.
이 차관은 눈도 그렇게 크지 않는데 직불금을 남보다 먼저 본 모양이군.
먼저 보는 임자라는 눈먼 돈이라는데 나는 왜 못봤을까. 정말 억울타.
제대로 양심대로 정직하게 살면 항상 바보 천치가 되는 우리나라다.
이명박 대통령도 사실 반칙을 많이 해서 그만한 갑부가 된거잖아.
안그럼 용빼는 재주가 잇는 것도 아니고 평생 월급 받아서는 그렇게 못모으지.

민유성 2008-10-16 16:44:51
어떻게 우리나라엔 저런 인간들밖에 안보이나.
저런 개망나니보다 못한 사람들이 부자고 권력도 쥐고 있으니
이나라가 개판 5분전이지. 대통령은 또 어떤 사람인가.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