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리뷰] '혹성탈출'에 대한 상반된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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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리뷰] '혹성탈출'에 대한 상반된 두 시선
  • 서상훈 기자
  • 승인 2014.07.18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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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한 장면.
ⓒ 데일리중앙
가정적인 리더 '시저',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 

지난 10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하 '혹성탈출')의 인기가 거세다. 개봉 2주차에 벌써 200만 관객을 들였고, 이런 기세는 '군도:민란의 시대' 개봉 전인 오는 22일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화팬들 사이에는 '혹성탈출'에 대한 찬반양론이 공존하고 있다. 재미와 메시지를 갖춘 할리우드 대작이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기존의 유니크했던 '혹성탈출' 시리즈를 뻔한 할리우드 감성으로 변색시켜 '대작 코스프레'를 했다는 혹평이 존재한다.

'혹성탈출'을 좋게 본 관객들은 일단 '유인원이 주는 재미와 감동'에 초점을 맞춘다. 이 영화에 등장한 유인원 무리의 리더 '시저'는 평화와 비폭력을 지향하는 온건한 카리스마를 지닌 자다. 그는 유인원임에도 인간과의 공존을 거부하지 않으며, 지혜롭고 강해 유인원 집단으로부터 절대적 신망을 얻고있다.

특히 여성 관객들은 시저가 가족을 사랑하는 모습에 좋은 점수를 준다. 시저는 아내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갓 태어난 둘째 아이가 있는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기도 하다. 자신들을 인간을 위한 생체실험도구로 쓰는 것에 저항하고,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황폐화된 인간 세상을 떠나 무리지어 사는 유인원들. 그들에게 시저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다.

이 영화에서 시저가 보여주는 친인간적인 태도는 '유인원은 인간의 적'이라는 인식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원작소설과 1968년작인 오리지널 원작 영화가 있는데, 그 작품들에서 두 발로 걷는 유인원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부각됐다면 이번 '혹성탈출'에서는 유인원의 '인간미'가 더욱 강조됐고 이는 시저를 통해 영화 전반에 자리하고 있다.

그건 전편(이 영화는 외형상 2011년 개봉했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속편이기도 하다)에서 시저를 돌봐주던 인간의 사랑을 시저가 기억한채 성장했기에 그런 것이다. 유인원도 인간에게서 사랑을 받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인간은 배려할줄 안다는 것을 '혹성탈출'은 보여준다. 이런 인간의 도리를 아는 유인원들의 모습은 그런 도리를 모르는 것 같은 요즘의 일부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으로 표현돼, 이 영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이 아닌 유인원이 인간보다 더 인간같이 행동하는 이 영화 속에는 시저와 달리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유인원도 등장한다. 마치 가자지구 폭격으로 수백의 생명들이 죽어가는데도 그런 폭격 장면을 불꽃놀이 구경하듯 하는 중동의 인간들 같다. 유인원 세상에도, 인간 세상에도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온건파가 있고 폭력과 파괴를 추구하는 강경파가 있는 것이다.

▲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한 장면.
ⓒ 데일리중앙
작위적 감동 주려는 씬들은 조금 아쉬워

흥미로운 유인원들을 통해 인간 세상을 곱씹어보게 하는 '혹성탈출'. 분명 상업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이런 '인간적인 유인원'의 모습을 마치 영웅처럼 부각시키면서 구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보던 '이 장면에서 감동하세요 씬'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영화를 혹평하는 입장에서는 '혹성탈출' 제작사 측이 혹성탈출 시리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프랜차이즈의 지속화를 위해 손댄 부분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편 격인 2011년작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엔 더해졌다는 얘기다. 2011년작과 그 이전 오리지널류 작품들에서 묘하게 자리잡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유인원이 주는 묘한 감동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영웅인 인간을 유인원으로 바꿔 거부감을 줄였을뿐 기존에 보아오던 할리우드 영웅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찬반 양론에 대해 한 영화 전문가는 "이번 '혹성탈출'은 말하자면 소니 측이 '스파이더맨'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바꾼 것과 비슷한 케이스다. 마니아성이 짙던 시리즈물을 보다 대중친화적인 스타일로 대체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혹성탈출'의 제공사인 20세기 폭스사로서는 수익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거라고 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일종의 리뉴얼 된 '혹성탈출'이라는 것.

그런 '혹성탈출'의 리뉴얼 전략이 새로웠는지 그 반대였는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지만 흥행 면에 있어서만큼은 성공적인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혹성탈출'은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으며, 닳고닳은 변신로봇 프랜차이즈 '트랜스포머4'를 앞서고 있다. 영화의 스타일 변화에 출연하지 않게된 전작의 '시저 아빠'역 배우 제임스 프랑코로서는(물론 시저의 캐릭터 설명을 위해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흥행 성적이다.

한편 이번 '혹성탈출'의 감독은 TV물로 잔뼈가 굵은 맷 리브스이며, 그는 이 영화의 후속편도 연출할 예정이다. 이번 '혹성탈출'의 후속편은 2016년 여름에 개봉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상훈 기자 hoon79@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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