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찬회동 '펑크'... 연말 정국 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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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찬회동 '펑크'... 연말 정국 급랭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08.12.03 19: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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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안 정면 대치... 쌀직불금 부정 수령 명단 공개 '핵폭탄'

▲ 청와대가 정국 해법을 찾기 위해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과 3교섭단체 대표 간 회담이 3일 민주당의 불참 선언으로 무산됐다. 왼쪽부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대통령, 정세균 민주당 대표.
ⓒ 데일리중앙
대통령과 교섭단체 대표 회담이 3일 불발되면서 연말 정국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정면 대치도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쌀 직불금 부정 수령 명단 공개가 핵폭탄으로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가 정국 해법 모색을 위해 제안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오찬 회동이 정 대표의 불참 선언으로 무산됐다. 청와대가 정 대표 설득에 공을 들였지만 돌아온 답은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밥먹는 자리에는 끼지 않겠다"는 거절이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세계적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그동안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참석을 설득했으나 민주당측이 거절함에 따라 회동 자체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민주당이 참석하는 여야 정당대표 회동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 없이는 청와대 회동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가 왜 불참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 정권은 식사에 집착하는 식사정권인가. 단순히 밥먹는 자리라면 연기한다고 밥먹으러 갈 일은 없다"며 "신뢰와 내용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만 여야의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를 이명박 대통령이 불러 예산안을 비롯한 국민감시 입법, 편가르기 입법을 결정하고 공포한 것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9월 25일 청와대 회동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고 있지 않는 이 대통령과는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청와대에 민주당의 참석을 독려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해 왔으나 민주당이 끝까지 참석을 거부해 회동이 연기됐다"며 "제1야당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대통령과의 회담은 앞으로의 정국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두 모여 경제난 타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유선진당은 민주당 대표가 참석을 결정하면 언제라도 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어 "사필귀정"이라며 논란에 가세했다. 특히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향해서는 "'여야'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 말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우위영 대변인은 "'여야'는 일부 정당이 특허내 놓은 것이 아니다. '여야'에 여당과 교섭단체만 있고 다른 정당이 빠져 있는 것 자체가 편협하고 오만한 발상"이라며 "오늘 무산된 청와대 회동은 '여야 대표회동'이 아니라 소수 정당을 배제한 '교섭단체 대표회동'이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공세에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청와대 회동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과 정세균 대표를 거칠게 비판했다.

박희태 대표는 "대화는 민주정치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도를 벗어난 행보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지금 민주당이 보이고 있는 비접촉, 비대화라는 민주 대화에 어긋나는 정치는 빨리 지양돼야 된다"고 공격했다.

또 차명진 대변인은 "국민들은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로 경제 위기 대책을 발표해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국회가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좀먹고 있다"고 민주당을 꼬집었다.

▲ 3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민주당 우제창 간사와 오제세, 전병헌, 조영택 의원(왼쪽)이 한나라당 단독 예산안 심의 강행에 대해 이한구 예결위원장(가운데)에게 항의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청와대 오찬 회동 불발을 두고 서로 공방을 벌이는 사이 한나라당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안 심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애초 계수조정소위 불참 입장을 유지하던 자유선진당은 8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한 교섭단체 간사 합의를 이유로 이날 오후부터 예산안 심의에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와 예결위원들이 계수조정소위 강행 저지에 나서면서 예산안 실질 심사는 이뤄지지 못한 채 정회됐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상임위 간사단 긴급 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 시도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며 모든 상임위 불참 결정으로 맞대응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 등 대부분의 상임위가 오후부터 파행됐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예산안 강행 처리 지휘를 즉각 중단하고,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성의 있게 답해야 한다"며 "만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심사를 계속 진행한다면 향후 발생하는 모든 국회 파행 사태는 전적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책임"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민주당이 헌법에 따른 예산안 처리도 거부하더니 오늘은 예산계수조정소위 활동마저 훼방놓으며 급기야는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할 태세"라고 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합심 노력하자는 대통령과 당 대표의 회동도 거절하고, 헌법에 정한 책무인 예산 심사도 거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정당한 국회 운영마저 파괴하는 태도는 공당이기를 포기한 처사"라며 "기회가 남아 있을 때 공당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여기에다 쌀 직불금 부정 수령 명단 공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 수류탄'으로 자리잡고 있어 연말 예산 정국은 이래저래 살얼음 판이 될 전망이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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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2008-12-04 02:44:41
지금이 21세기인데 5공시절의 버릇이 그대로 나오는 것은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인고.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 불러놓고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는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 전두환이 부활한 것도 아니고 정말 우습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또 있을까. 야당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밥 못먹어서 환장한 사람들도 아니고.

해장국 2008-12-04 00:18:46
옛날 해장국집 할머니가 생각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