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67]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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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67] 제비꽃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3.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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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한상도 작가는 한대 국문과를 나와 공기업 등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강원도 영월로 귀농한 농부 시인이다. 땅을 일구고 채마밭을 가꾸며 틈틈이 자신의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태화산 편지'를 쓰고 있다. 한상도 시인의 '태화산 편지'을 데일리중앙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 데일리중앙
밭가에서 풀을 뽑다가 보았습니다. 돌 아래 보일듯 말듯 피어있는 키 작은 제비꽃을. 새색시의 볼처럼 수줍게 빛나는 연보랏빛 꽃, 손가락으로 툭 치면 그네처럼 흔들릴 것 같은 꽃잎. 호미질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니 크고 화려한 꽃과는 다른 소담한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꽃을 잘 모릅니다. 이름은 들었어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싯귀처럼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옆에 다가와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숙이거나 쪼그리고 앉아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면 아름다운 것이 하늘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땅을 딛고 살아가는 크고작은 생명들, 특히 요즘과 같은 봄에는 땅을 뚫고 올라오는 키 작은 생명들의 약동이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싱그럽습니다.

앞만 보고, 하늘만 보고 걷느라 보지 못할 뿐입니다.

그러니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땅도 봐야 한다는 것. 키 작은 제비꽃이 주는 또다른 삶의 지혜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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