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만 계속 할 수 있다면 굴다리 밑이라도 좋다"
과천화훼주민들, 생계대책 놓고 국토부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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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만 계속 할 수 있다면 굴다리 밑이라도 좋다"
과천화훼주민들, 생계대책 놓고 국토부와 실랑이
  • 허윤하 기자
  • 승인 2015.04.08 10:00
  • 댓글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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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보상은 국토관리청 소관, 개별법에 따라야"... 4년째 갈등 이어져

▲ '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는 7일 정부 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없는 사람들 무시하지 말고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절절히 호소했다.
ⓒ 데일리중앙 김용숙
"힘없는 국민의 강제집행을 중단하라."
[데일리중앙 허윤하 기자] "이주대책없는 국토부 각성하라!"
"핑계대는 서울국토관리청은 시행사 자격상실이다."
"힘없는 국민의 강제집행을 중단하라." 

7일 오후 2시, 정부 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 과천 화훼단지 주민 15명이 국토교통부와 서울국토관리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현장에 놓인 각종 구호와 피눈물이 그려진 팻말엔 그 참혹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들은 과천시 갈현동 일대 화훼단지에서 10~30년 동안 꽃농사를 짓거나 판매하는 농민, 영세상인 지상권자들(하우스)로 주로 남의 토지를 빌려 농사짓는 세입자들이다.

국토부의 제2경인연결 민자도로(안양시 석수동~성남시 여수동, 총연장 21.82km) 건설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주민들은 '과천제2경인화훼대책위'를 꾸리고 공사 강행에 대응하고 있다. 대책위에는 현재 70세대가 모여 있다.

이 민자고속도로는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회사로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과 서울국토관리청 간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부는 2012년 과천 갈현동과 안양 관양동에 걸쳐있는 40만여 평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지정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서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토부는 또한 같은 해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를 관통하는 제2경인연결고속도로(민자)를 지정했다. 서울국토관리청이 이 사업의 시행을 맡아오고 있다.

문제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경우 LH공사에서 이주대책을 세운 반면 민자고속도로 시행사인 서울국토관리청은 주민들의 생계대책을 세우지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시행사와 주민들 간 몇 차례 충돌이 있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시공업체가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 지난해 11월 시공업체는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주민 대책위 19명은 경찰서로 잡혀가기도 해 풀려난 인원 외에 2명은 벌금형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 데일리중앙 김용숙
핵심 쟁점은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이다.

주민들의 요구는 △이주비 △영업손실보상(화훼) △생활대책용지(새로운 곳에 가서 장사를 할 수 있는 터전을 달라는 것) 보장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서울국토관리청은 예산이 시혜성으로 집행될 수는 없다며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국토관리청은 현재 제2경인연결 민자도로에 대한 보상협의를 대부분 끝내고 해당 토지를 수용한 상태다. 화훼단지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만 남겨둔 상황.

주민들은 생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제 수용에 나선다면 육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악으로 깡으로 맞서겠다고 결기를 다지고 있다.

국토부 앞 시위에 참가한 한 주민은 "지난주 수요일 중앙토지위원회와 만났는데 우리더러 떼만 쓰고 보상 요구만 한다고 말했다"며 "답답하고 억울하지만 이번 집회도 몸을 사리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없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하는 건지 오늘도 국토부 측에 면담을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이들은 올해 1월 말부터 매일 8시간 동안 과천 서울국토관리청 앞에서 집회 시위를 벌여 왔으나 몇 십년 간 일한 터전에는 포크레인 부대에 점령당한지 오래다.

주민들은 "시공사인 포스코가 토,일 새벽이나 밤늦게 민원시간을 피해서 비열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5월 중으로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과천 화훼단지 주민들은 농성을 펼치며 살을 에는 추위도 견뎌냈건만 따뜻한 소식 하나 없이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 이날 집회에 참가한 주민 3명은 국토부 관계자 2명과 정부 세종청사 내 접견실에서 만나 한시간 가량 생계대책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 데일리중앙 김용숙
집회 시작 4시간여 만에 세종경찰서 정보보안과 정보관을 대동한 국토부 관계자 2명은 주민 대표 3명과 정부 청사 내 접견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과천 화훼단지 주민들은 지난 3월 30일부터 평일 기준 일주일째 국토부 앞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주민 ㄱ씨는 "지역사업에 있어서 도로가 됐던 택지개발이 됐던 단일규정으로 해야지 다른 잣대로 보상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비닐하우스 절반은 LH로 나머지 반은 국토관리청 소관으로 갈라지는데 우리도 LH가 내놓은 보상과 같은 것을 해달라는 것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닐하우스와 간판값 300만원만 받고 나가라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장사한 것, 앞으로 영업하는 부분에 대해선 전혀 보상이 없다"며 "다른 데 가서도 똑같이 꽃장사 할 수 있게 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것인데 이걸 못 해준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국토부 관계자를 설득했다.

토지보상법 상 이주대책이 수립되기 위해선 토지소유주 또는 해당 지역에 가옥을 소유하고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만 해당된다.

주민 ㄱ씨는 "LH의 보상내용에는 생계대책용지 6~8평 정도의 공간을 조성원가를 내고 살 수 있게끔 조합원들을 모아서 상가를 지을 수 있다"며 "우리가 이주대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임대 아파트를 지어 달라는 게 아니고 굴다리 밑이라도 좋으니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입장은 매우 사무적이고 소극적이었다.

국토부 소병칠 사무관은 "보상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관리하고 추진하고 있다"며 "보상 관련 업무는 전적으로 국토관리청에서 한다"고 못을 박았다. 실질적 보상 협상은 국토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소 사무관은 "도로사업과 택지개발사업은 완전 별개의 사업"이라며 "도로사업은 2010년 상반기에, 택지개발은 2011년 11월에 시작해 사업승인 시차가 1년 6개월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개별 법에 따라서 해결하면 되는 것인데 주민분들이 수용이 불가능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국토부의 태도에 주민들은 "이런 일이 처음있는 일이라면 국가가 국민에게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새롭게 만들면 되는 것인데 (관련 법안이나 규정 마련을) 안하려고 들면 그냥 옛날대로 하라는 식으로 된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에 소 사무관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관련해서 (상부에)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실제적인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쪽에서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법 규정이 없는 사항이라 어려움이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처럼 과천 화훼주민들과 국토부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분간 양쪽 간의 갈등과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서울국토관리청과 현안협의회를 가진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은 "이번 현안협의회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재작년 말 이후 우리를 위한 보상협의회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부위원장은 "다음주 부터 서울국토관리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 갈 것"이라며 "앞으론 온라인 상으로 저희들의 사연을 올려서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허윤하 기자 yhheo616@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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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2015-04-18 13:34:59
권력자와 없는자의 차이가 너무나 커요
비타500박스에 8000만원은 들어건다고 요
꽃 엄청나게 팔아야 합니다.
열심히 팔아야합니다.
꽃 할매들 화이팅!

장귀열 2015-04-15 18:35:18
나으리님들
생각을 바꿔보세요.
거지도 빈손으로 쫒겨나면 욕 뒤지게 합니다.
이들도 인간이고 30년넘게 생활터전인데 그냥 가라하면 가겠습니까?
당신들은 그리하겠습니까?

미래 2015-04-14 21:33:26
소심줄 보다 질기게

주 민 2015-04-13 21:23:18
생업터를 제공하라.
제공하라
제공하라
제공하라

고다이 2015-04-12 19:26:26
토끼몰이?
피눈물.
성오ㅏㄴ종처럼죽으면 안되오
살아서 생업터를 돌려받으시오.
살아서 생업터를 지키세요.
살아서 정의로 이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