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79] 오늘
상태바
[태화산 편지 279] 오늘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11 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오늘 아침 바라본 마당 아래의 산딸기 나무입니다. 매일 보는 거 뭐 새로울 게 있냐 싶겠지만,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색도 한층 짙어지고 잎도 더 많이 자랐습니다. 모양이나 크기도 어제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은 하루하루가 나날이 새롭습니다.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알고보면 우리의 하루 또한 마찬가집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나날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습니다. 오늘은 분명 어제와 다른 하루이고,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내 생에 처음 있는 날이자 마지막 날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오늘을 무수히 많은 날 중의 하나로 취급했습니다. 허구헌 게 날인데, 시간이 좀 먹냐?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내일 안되면 모래 하면 되고...

하루하루가 새로운 저 나무를 보고 있으려니 그런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이제부터라도 그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그런 다짐으로 제 가슴의 노트에 또 한 귀절의 좌우명을 새깁니다. 오늘은 분명 어제와는 다른 하루요 내일 또한 오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오늘은 내 생에서 처음으로 도래한 날이자 다시는 오지 않을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을...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