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80] 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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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80] 봉오리
  • 한상도기자
  • 승인 2015.04.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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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어제 아침 산에 오르다 마주친 녀석입니다. 나무의 이름도 모르고, 어떤 꽃이 피는지도 모르지만 동그랗게 말아올린 꽃봉오리가 너무 예뻐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주변에 활짝 핀 꽃도 많은데 왜 아직 피지도 않은 이 봉오리에 시선이 가는지... 나름대로 생각을 더듬어 보니 정현종 님의 이 싯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히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맞고 있는 이 순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 또한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요 과정이니까요.

언제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는 모르지만 저런 봉오리 하나 늘 가슴에 품고 있기에 인생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봉오리는 머지 않아 꽃을 피우겠지요.

하지만 제 가슴 속 봉오리는 오래 오래 저런 봉오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만개의 화려함보다 개화를 기다리는 두근두근한 설레임. 인생의 참맛은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

한상도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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