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83] 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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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83] 발아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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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지난 가을에 채종해 뿌린 어수리씨앗, 입김에도 날리던 그 작고 연약한 씨앗이 매서운 겨울을 견디고 저렇게 싹을 틔웠습니다.

샛푸른 싹으로 돋아난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 신비롭고 경이로운 모습에 끌려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수리와 같은 야생의 식물은 가을에 파종합니다. 따뜻한 봄에 뿌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지만 아닙니다. 발아율도 떨어지고 자라는 것도 시원치 않습니다. 가을에 뿌려 땅속에서 춥고 캄캄한 겨울을 보내야발아도 잘 되고 싹도 더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고보면 고난이란 것은 생명이 자라는데 필요한 자양분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맹자가 그랬던가요? 하늘은 사람의 크기에 비례해 고난을 준다고요. 언 땅을 뚫고 나온 저 어수리 싹을 보니그 말이 그냥 한 허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놓인 크고작은 고난과 고통 또한 피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다가가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그 또한 내 인생의 자양분 같은 것이니까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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