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82]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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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82] 후유증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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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머리는 어질거리고, 속은 메스껍고, 몸은 뒤틀리고...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저의 상태입니다.

왜냐구요? 뻔하지 않습니까? 이슬이의 유혹에 훅하고 넘어간 때문입니다.

어제 오후 일을 도와 주러 온 친구들과 와송을 옮겨 심은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참으로 막걸리 한잔 걸친 것도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일을 마치고 난 뒤였습니다. 고생한 친구들에게 저녁이라도 대접해야겠기에 어수리를 뜯고 땅두릅을 데치고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그리고 예의 그 이슬이를 따라 마시는데, 술이 달아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갔습니다. 잔을 부딪치며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잠깐 사이에 예닐곱 병을 비워 버렸습니다.

아침이 되자 후유증이 나타났습니다. 속은 거북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몸은 뒤틀리고... 으이그, 으이그... 집사람의 타박도 이어졌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격한 후회도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후유증을 앓고 후회를 하면서도 한번 받기 시작하면 끝 모르고 마셔대니 적당한 선에서 자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정말 뼈가 저리도록(?) 체험하고 있습니다.

술 한잔의 유혹이 이러할진대 부와 명예, 권력의 유혹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세상을 벌컥 뒤집어 놓은 성완종 사태 또한 자제의 부재가 빚은 비극이 아닐런지요.

다슬기 아욱국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며 자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속 쓰린 아침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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