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88] 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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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88] 금낭화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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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처음에는 그저 예쁘고 청초한 꽃으로만 보였습니다. 기껏해야 이름처럼 비단주머니 정도 연상되었습니다. 저렇게 예쁜 꽃 속에 그토록 서러운 사연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저 꽃의 다른 이름이 며느리밥풀꽃이랍니다. 밥이 되었는지 보기 위해 밥알 몇개 입에 넣었다가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은 며느리. 그 무덤가에 피어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얼마나 한이 맺혔는지, 꽃모양마저 입에 밥알을 물고 있는 모습이라는데 자세히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또 어찌보면 덩그러이 고인 눈물방울 같기도 합니다.

알고보면 꽃이 지닌 이야기 중에는 슬프고 서글픈 사연들이 참 많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 가슴 속에 묻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극복하는, 조상들의 지혜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누구나 크고작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써 감추고 외면합니다. 부끄럽다고, 아프다고 입에 담기조차 주저합니다.

하지만 슬픔은 묻으면 묻을수록 더 커지는 법. 아프지만 꺼내서 승화시키고 극복할 때 저 금낭화처럼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다는 것.

'찬란한 슬픔의 봄'에 깨닫는 또 하나의 삶의 교훈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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