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87] 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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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87] 신록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2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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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비가 그치고 나니 세상은 신록으로 물들었습니다. 나무마다 샛푸른 잎이 앙증맞게 돋아나고 들판 또한 물이라도 든 것처럼 푸르게 변했습니다.

곡우에 내려준 봄비. 말 그대로, 신록을 재촉하는 단비였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봄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신록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언 땅을 뚫고 싹을 띄워 올린 그 순간부터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물들여 왔습니다.

너무 작아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쉬지 않고 계속된 부단한 몸짓. 그 변화의 움틀림이 봄비가 내린 뒤 확연히 드러났을 뿐입니다.

변화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눈에 보일듯 말듯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것. 그것이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인해 드러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요 개선이 아닐런지요.

사람의 변화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칼로 무를 썰듯 한 순간에 바뀌는 변화는 없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사람이 어떻게 되었거나, 아니면 속을 감추기 위한 전시용일 뿐입니다.

저 신록처럼 작고 미세한 움직임의 합. 그것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변화임을 믿고, 저 또한 손톱만큼이라도 달라질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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