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지나갈 때마다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모처럼 기회가 되길래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노 대신 줄을 잡아당겨 이동하는 나룻배. 바위에 묶어놓은 줄을 붙잡고 배 위에 올랐습니다.
작고 가볍기 때문인지 발을 딛고 오르자 배는 중심을 잃고 흔들거렸습니다. 때마침 강바람이 일자 더욱 세차게 일렁거렸습니다. 그럴수록 제 손은 더욱 힘껏 줄을 움켜잡았습니다.
만약 이 줄이 없다면, 잘못해 이 줄을 놓치기라도 한다면,이 줄이 낡고 헤어져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줄을 당겨 나아가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그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강에도 줄이 있습니다. 저 강물처럼 굽이치는 세파 속에서 내가 붙잡고 가야할,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밧줄. 학연이니 지연이니 해서 부정적 의미가 강해졌지만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이나 마음이 통하는 벗. 그런 밧줄 하나 붙잡지 못한다면 인생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밧줄을 잡고 있는가? 저 뱃줄처럼 굵고 튼튼한가? 낡고 헤어져 끊어지지는 않겠는가?
나룻배의 밧줄을 잡아당기며 내 인생의 밧줄 또한 가만히 당겨보는 아침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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