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94] 나룻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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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94] 나룻배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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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현대식 다리가 있지만 김삿갓에는 아직도 이런 나룻배가 남아 있습니다. 남한강이 가로막은 섬 같은 땅, 산으로 둘러싸여 돌아갈 수도 없는 땅과 왕래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지나갈 때마다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모처럼 기회가 되길래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노 대신 줄을 잡아당겨 이동하는 나룻배. 바위에 묶어놓은 줄을 붙잡고 배 위에 올랐습니다.

작고 가볍기 때문인지 발을 딛고 오르자 배는 중심을 잃고 흔들거렸습니다. 때마침 강바람이 일자 더욱 세차게 일렁거렸습니다. 그럴수록 제 손은 더욱 힘껏 줄을 움켜잡았습니다.

만약 이 줄이 없다면, 잘못해 이 줄을 놓치기라도 한다면,이 줄이 낡고 헤어져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줄을 당겨 나아가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그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강에도 줄이 있습니다. 저 강물처럼 굽이치는 세파 속에서 내가 붙잡고 가야할,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밧줄. 학연이니 지연이니 해서 부정적 의미가 강해졌지만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이나 마음이 통하는 벗. 그런 밧줄 하나 붙잡지 못한다면 인생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밧줄을 잡고 있는가? 저 뱃줄처럼 굵고 튼튼한가? 낡고 헤어져 끊어지지는 않겠는가?

나룻배의 밧줄을 잡아당기며 내 인생의 밧줄 또한 가만히 당겨보는 아침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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