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용 쌀 수입, 미국에 바치는 '1차 조공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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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쌀용 쌀 수입, 미국에 바치는 '1차 조공품'
  • 허윤하 기자
  • 승인 2015.05.20 16: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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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농민들, 정부여당 규탄 시위... 새누리당사 앞 밤샘농성 시작

식량주권 팔아먹는 밥쌀용 쌀 수입 중단하라
농민 죽이는 새누리당 당장 해체하라

식량주권 팔아먹는 밥쌀용 쌀 수입 중단하라
농민 죽이는 새누리당 당장 해체하라

[데일리중앙 허윤하 기자] 정부가 밥쌀용 쌀 1만톤을 수입하기로 결정해 생계에 직격타를 입게 된 농민들은 20일 목숨과 같은 모판을 들고 정부여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PPT) 가입과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이뤄진 '1차 조공품'이라는 비판이다.

국내 쌀 공급 과잉으로 쌀값 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밥쌀용 쌀 수입은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 쌀을 지켜내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새누리당에게 외면 당한 농민들은 답답한 심정을 국민 앞에 절절히 털어놨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는 대략 20명이 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가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의 약속파기를 사죄하고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밥쌀용 쌀 수입은 쌀값 폭락을 부채질해 농민의 목을 보이는 행위"라며 "WTO 쌀 협상을 포기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국내 쌀값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국내 쌀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는 밥쌀용 쌀 수입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 '우리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사죄를 받기 위해 당사 앞으로 향하는 농민단체.
ⓒ 데일리중앙
진보연대 박석우 대표는 이번 정부의 결정이 △식량주권 △생태보존 △먹거리 안전 측면에서 단순히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갑자기 밥쌀용 쌀 수입에 나선 이유는 박 대통령이 다음달 미국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과 바로 연결된다"며 "이는 미국에 바치는 '1차 조공품'"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PPT도 사실상 한·일 FTA를 체결하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국민의 반대 여론을 우려해 다자간 협정에 묻어가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동시에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위험한 불장난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표는 "밥쌀용 쌀 수입으로 쌀 생산 기반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며 "농민만 피해보는 것이 아닌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쌀 생산을 못하는 농민이 다른 작물에 손대면 그 농산물까지 폭락하고 결국 농업은 망하게 된다"며 향후 닥쳐올 부작용을 예견했다.

반대로 쌀 농사가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쌀을 생산하는 논은 습지와 같은 효과가 있어 생태보존 효과도 뛰어나다.

그런 논이 점점 사라지게 되면 생태, 환경 측면에도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쌀이 줄어든다는 게 크다.

박 대표는 "저 멀리서 수입하는 과정에서 (쌀이)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농약과 방부제를 쓴다"며 "이처럼 식량주권, 생태보존, 먹거리 안전에 국민 모두가 공동의 피해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충고했다.

비단 밥쌀용 쌀 수입 문제는 현재 쌀 농사에 종사하는 농민들 뿐 아니라 차세대 농업 후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A씨는 쌀 농사를 배우기 위해 여주로 향했지만 어두운 미래에 깊은 고민이 든다고 밝혔다.

A씨는 "쌀값이 20년 전이나 똑같아 과연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며 "밥쌀용 쌀을 수입하지 않기로 해놓고서 쌀을 수입한다는 것은 쌀값이 떨어지고 생산비는 올라가는 마당에 농민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민생을 지킨다고 했지만 (우리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 건지 1년 전까지 플랜카드를 걸면서 자랑했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A씨를 비롯한 대다수의 졸업생은 자연스레 농업에 종사하게 되지만 이처럼 생계와 직결된 문제에 대해선 대단히 민감해 극구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밥쌀용 쌀 수입 반대에 나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묵묵부답인 상태다.

이에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애지중지 키운 모판을 들고 새누리당 김 대표에게 답변을 듣기 위해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으로 향했다.

▲ 애지중지 키운 목숨과도 같은 모판을 당당히 들고 걷는 농민.
ⓒ 데일리중앙
▲ 농민 단체는 이날 밥쌀용 쌀 수입 결정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답변을 듣기 위해 밤샘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 데일리중앙
햇빛이 쨍쨍한 다소 무더운 날씨에 행여나 모가 마를까봐 마시던 물도 기꺼이 모에게 양보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왔다.

모 다섯 줄기에서 나오는 쌀 낱알은 대략 100개. 정부가 수입하기로 결정한 1만톤과 단순히 양으로만 비교할 수 없는 농민들의 정성은 무게를 달 수 없다.

마치 어린아이를 어루만지듯 모를 쓰다듬던 농민들은 이날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1일에는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앞에서 밥쌀용 쌀 수입 반대 농민 결의대회와 서울역 광장에서 규탄대회를 연 뒤 항의 표시로 청와대에 모판을 반납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513%의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 수입이 불가피하다며 오는 21일 밥쌀용 쌀 수입 입찰을 강행할 예정이라 농민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허윤하 기자 yhheo616@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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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람 2015-05-20 21:12:13
농업의 소중함을 알고, 식량주권을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밥상주권을 지키는 일이고 결국 우리의 건강과 미래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많은 염려가 되는 일이 일어났네요. 이제라도 정부가 우리 미래를 위한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