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16]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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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16] 비행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5.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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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저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려서부터 날아오르는 꿈을 많이 꾸었습니다. 양쪽 팔을 날개처럼 퍼득거리면 몸이 떠올라 저 행글라이더처럼 하늘을 나는 그런 꿈을요.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억압된 본능의 표출이라지요. 어쩌면 하늘을 날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이 제 가슴에도 어느 정도 잠재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고는 싶지만, 할 수는 없는 것. 그것을 우리는 꿈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꿈은 꿈 속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꿈이란 말 속에는 애당초 불가능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니까요.

그래도 우리가 꿈을 꾸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다른 길이라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하늘을 날지는 못해도 하늘을 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행글라이더나 비행기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뙤약볕이 내리쬐는 읍내의 아스팔트 위에서 동강 위를 날고 있는 저 행글라이더를 보고 있으니 <날개>의 마지막 구절이 저절로 중얼거려집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오늘 밤에는 님과 손을 잡고 태화산을 날아오르는 그런 단꿈이라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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