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45]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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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45] 능소화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7.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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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아랫마을의 도로를 지나다 보았습니다. 담벽에 덩굴을 이룬 채 피어있는 저 능소화를.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고고한 자태. 양반꽃이라 하여 옛날부터 양반댁에만 심었던 꽃. 장원급제한 사람의 화관에 꽂아 주던 어사화. 명예와 영광이란 꽃말...

무척이나 고고하고 화려한 꽃이지만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슬프고 애처롭습니다.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는데 어느날 임금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뒤로 임금은 찾아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소화는 상사병에 걸려 죽게 되자 유언을 남깁니다.

죽어서도 담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소화가 죽은 뒤 그 자리를 뒤덮고 피어난 꽃이 바로 저 능소화랍니다.

그런 소화의 단심 때문일까요. 능소화는 시든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시들기 전에 송이째 뚝뚝 떨어져 내리니까요. 몸을 던질지언정 추한 모습을 보일 순 없다,

소화의 절개가 꽃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화려하지만 알고보면 아픈 사연 한둘씩은 가지고 있는 것. 사람이나 꽃이나 매한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그런 사연이 있기에 더 아름답고 빛이 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픔을 머금고 피어날 때 꽃은 더 처연하고 화사할 수 있으니까요. 그 꽃이야말로 '찬란한 슬픔'의 꽃이니까요. 저 능소화처럼 말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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