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물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저 연꽃을. 물은 저류지에 가둔 것이라 솔직히 더러웠습니다. 뿌연 부유물에 흙을 뒤집어 쓴 수초와 이끼. 너무 흐려서 속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흐르는 청령포의 물과 대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연꽃은 달랐습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한 점의 티끌도 얼룩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맑고 깨끗함에 더해 신성함마저 느껴졌습니다.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연잎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이래서 연꽃을 군자라 하는구나,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생명은 부득불 환경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만 저 연꽃을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흙탕물 속에서도 저렇듯 맑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그 기운으로 오히려 물 속을 정화시키니 말입니다.
치고, 받고, 소리치고, 욕하고... 흙탕물도 모자라 진흙탕 싸움까지 벌이는 여의도. 저 연꽃이 정말로 필요한 곳은 바로 거기가 아닐까 싶은데...
글쎄요, 아무리 연꽃이라해도 그곳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대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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