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은 정부 부처들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는 관행에 대한 당연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부의 정보공개를 강제하거나 법 위반을 처벌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앞서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3월 2일 연말정산파동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2013년 10월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해 실시한 연말정산 연구용역 자료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기재부는 그러나 "해당 자료는 정부정책 수립에 내부적으로 참고하기 위한 비공개용역이므로 정보공개를 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에 납세자연맹은 4월 2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결을 구하는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해 이번 인용결정을 얻어낸 것이다.
중앙행심위는 결정문에서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한다고 해서) 피청구인의 조세행정업부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국민의 일원인 청구인으로서는 전환된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고 향후 조세지원정책결정과 관련한 여론 형성의 토대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정보의 비공개로 인한 이익보다 공개를 구할 청구인의 알권리 및 공개의 이익이 더 크다고 할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중앙행심위는 또 "(납세자연맹이 요청한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5호에서 말하는 '의사결정이나 내부검토과정에 준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처럼 법상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최대한 늑장을 부리다가 마지못해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재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큰 폭의 세제개편으로 여론이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행정심판에서 패소한 뒤 마지못해 공개했다.
납세자연맹은 29일 "정보공개 대상기관이 이처럼 당연히 공개해야하는 정보도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소송 등에서 패소한 뒤에야 공개하는 관행은 불리한 여론의 관심을 벗어나 공개하는 것이 담당공무원입장에서 유리하고, 이런 경우 처벌규정이나 인사상 불이익도 없기 때문"이라며 보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존재하는 정보를 '없다'면서 비공개하는 경우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라 처벌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 행정심판이나 소송에서 패소한 뒤에야 정보공개를 할 경우에도 같은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법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납세자연맹은 지난 2011년에도 국세청을 상대로 정보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심판 청구를 통해 중앙행심위의 인용 결정을 얻어냈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