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고현철 교수,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 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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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고현철 교수,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 투신
  • 최우성 기자
  • 승인 2015.08.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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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직선제 폐지 압박이 참극의 원인(?)... 야당, 교육부 강하게 성토

▲ 부산대 고현철 교수가 지난 17일 총장 직선제 폐지에 참담한 심정을 밝히며 대학 본관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최우성 기자] 학원의 민주화를 위해 대학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에 벌어진 것이다.

차기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학내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대에서 고현철 교수(국어국문학과)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참담한 심정을 밝히며 대학 본관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고현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3시께 부산시 장전동 부산대 본관 4층 국기 게양대 옆 테라스에서 "총장은 (총장 직선제) 약속을 지키라"고 외친 뒤 1층 현관으로 투신했다.

고 교수는 투신 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사망했다.

그는 투신 전 자신의 심경을 담은 장문의 글(유서)을 A4 용지에 복사에 뿌렸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면 감당하겠다'는 제목의 유서에는 "총장이 약속을 여러번 번복하더니 총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간선제 수순에 들어갔다"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적었다.

유서는 "대학의 민주화는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압박한 것이 참극의 원인이 됐음을 고 교수의 유서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국공립대학 가운데 부산대만 직선제를 유지해왔지만 2011년 직선제 공약을 내걸었던 총장이 당선 이듬해 간선제로 전환을 결정했다.

교육부가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사업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원금을 대폭 깎겠다고 압박한 까닭이다.

야당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교육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1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가 국가 지원을 이용해 대학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 총장 직선제 폐지를 사실상 강요해왔다"며 "박근혜 정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를 비롯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각종 대학 평가와 구조개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안민석 국회의원은 당 공식회의에 참석해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현 정권의 잘못된 대학교육 정책이 초래한 타살"이라며 "고인의 죽음 앞에 현 정부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도 비통하고 참담하다며 교육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압박을 비난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아무리 박근혜정권 출범 이후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시계가 그 끝을 모르고 되감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가장 민주적이으로 운영돼야 할 교육현장에서조차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는 것에 참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부산대측은 즉시 총장 직선제 유지를 선언하고 대학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부산대 김기섭 총장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대학본부 쪽은 총장 선출 방식을 교수회와 함께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의 총장 간선제 방침에 변함이 없어 부산대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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